'지식재산권 전쟁'의 시대다. 특허 하나로 경쟁에서 이기기도 하고 시장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하지만 비정한 지재권 전쟁터에도 나눔의 미학이 자리하고 있다.

 

지재권 제도는 사람의 정신적 창작물을 보호하자는 취지대로 땀 흘린 자, 권리를 가진 자의 손을 들어주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그 안엔 승자 독식의 원칙만이 아니라 사람의 지식활동을 장려하고 그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큰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 있다.

 

우리는 기술혁신과 지재권 투자를 통해 세계 주요 경제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젠 지재권분야에서 5대 강국체제(IP5)를 갖췄다. 이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IP5 특허공조를 활성화하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중심으로 한 특허협력조약(PCT) 개혁에 적극 동참하고 지재권제도가 선진국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인류공영에 보탬을 주는 시스템이 되게 노력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선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개도국 지원에 대한 기대 또한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금규모가 능사는 아니다. 상대방을 헤아리고 진정한 맘으로 도움 되는 일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에 들인 돈은 7억9000만 달러(잠정), 국내순생산(GNI)의 0.0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25위(27개국 기준)의 초라한 성적이다.

 

나라 안팎의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근시일 안에 호전될 것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 만큼 적은 비용으로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 슬기와 재치가 필요한 때다.

 

특허청은 개도국들이 지식재산권을 경제발전의 툴로 활용할 수 있게 개도국 지재권 역량강화를 지원해 왔다. 지난해까지 지재권 교육 및 특허행정 현대화 지원에 치중했다면 올부터는 민간부문에서 지재권을 통한 상업적 성공사례를 만들고 보급하는 실속형 지원프로그램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먼저 최빈국의 우수상품에 대해 상표획득과 브랜드화를 지원한다. 이들 상품의 시장경쟁력을 높이고 수익확대까지 꾀할 계획이다. 그 출발점으로 지난 3월 한국 YMCA가 공정무역 형태로 수입ㆍ판매하는 동티모르산 커피제품에 대해 공정무역의 좋은 취지가 잘 드러나도록 상표를 개발하고 출원까지 지원했다.

 

최빈국의 좋은 상품에 대해 그 품질의 차별요소를 상표로 보호하고 상품성을 높임으로써 수익이 는다면 이야말로 지재권을 통해 최빈국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뜻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또 개도국 현지사정에 알맞은 최적기술을 발굴, 보급하는 '생존형 최적기술정보 보급사업'도 벌인다. 최신기술만을 지향할 게 아니라 족동식(足動式)펌프 등과 같이 현지기술수준으로도 운영ㆍ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대상으로 한다. 식수부족, 가뭄, 생활에너지 부족 등 개도국 시민들의 당면한 생계문제에 대해 현지맞춤형 해결방법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지재권은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선진국만의 영역이 아니다. 지재권은 아직 그 단어조차 들어본 적 없는 오지의 커피생산농가에도 삶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좋은 품질을 상표로 차별화해 시장경쟁력을 높이거나 공정무역 자체를 브랜드화해 원산지농민의 수익을 높이는 직거래방식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9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다. 올해는 빅뱅(BIG BANG)을 기치로 세계 방방곡곡으로 그 취지가 번져나가는 해로 만든다고 한다. 이런 착한 소비자운동이 새 문화로 자리 잡는데 지재권이 한 몫 하길 바란다. 나아가 개도국 시민들이 잘살기 위한 수단으로 지재권을 바로 알고 이를 통해 개선된 생활여건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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