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금통위가 남긴 점, 같은 재료라도 당시 상황이 중요하다 =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00%로 동결했다.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 정책금리를 유지한 것이다. 최근 경제 지표들이 일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딱히 기존 정책 흐름에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이 동결로 이어졌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반응은 충격에 가까웠다. 예상했던 금리결정이 이뤄졌고 당분간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 역시 아직도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더 이상의 통화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단순히 예상대로 금리결정이 이뤄졌다는 점보다는 통화정책의 큰 사이클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의미를 부여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채권을 비롯한 금융시장에서 재료에 대한 반응은 시간과 여건에 따라 매우 상이하다. 동일한 재료라도 체력이 탄탄한 상황에서는 충격이 크지 않은 반면 반대로 여건이 좋지 않으면 생각하지도 않은 변수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재료는 불확실성”이란 격언은 아마도 이와 같은 시장 내부에 기초 체력의 형성 여부를 일컫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당사는 이번 금통위 이후 채권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던 원인을 이처럼 시장 내부의 기초체력이 취약했다는 점에 두고 싶다. 물론 통화정책 방향의 큰 사이클이 변화한다는 직접적인 원인이 있으나 이는 트리거였을 뿐 금리가 단기에 그처럼 속등했던 근본적인 원인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의미다. 더구나 이성태 총재가 내놓은 “경기가 급격한 하강은 멈췄으나 아직도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확인될 내용이 많다”는 내용의 지극히 원론적인 발언을 다시금 곱씹어 본다면 이번 금통위 직후 채권시장이 드러낸 반응은 필요 이상으로 과도했다는 입장이다. 즉 그만큼 기존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익숙함이 컸고 반대로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는 취약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성급한 예단이 될 수도 있으나 앞서 언급한 이성태 총재의 경기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없다면 이번 금리 속등에 대해 통화당국 역시 느끼는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만 한번 무너진 가격 시스템이 복원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체력 회복과 함께 시간의 도움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벌써부터 다음 금통위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 손절이 부담스러운 영역, 일단 안정 모멘텀은 해외에서 = 장기금리의 불안정한 움직임에 이어 단기영역 금리까지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환매조건부채권(RP) 계정의 손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RP계정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성장 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커졌는데 이번 금리 급등으로 일정정도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RP와 투자대상이 상당부분 겹치는 MMF 역시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잔고가 감소하고 있어 기술적인 요인에 따른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당사는 현 국면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실질적인 행동을 동반한 통화정책 상의 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책 이슈를 그 자체 만 놓고 볼 때는 채권시장이 추가로 흔들릴 개연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이 이미 손절 영역을 넘어 투자 심리나 포지션이 엉킬 수 있는 구간까지 빠르게 진입함에 따른 부담이다. 더구나 회사채를 비롯한 크레딧 채권의 경우 거래보다는 평가사의 평가 금리만 반영되고 있어 자칫 이들 종목의 거래가 최근 시장의 영향을 반영할 경우 발생할 부정적 여파도 배제하긴 어렵다. 이처럼 이번 금리 상승은 그 이벤트 자체 요인 외에도 후폭풍을 경계해야 하는 영역에 진입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불안 국면을 반전시킬 트리거는? 당사는 이번 불안을 해소할 변수로 국내보다는 해외 요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금리 급등의 진앙지가 통화정책 이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더구나 한국에 앞서 미국 연준(FRB)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개연성이 먼저 언급됐고 조만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정책 이벤트가 개최될 것이라는 사실도 감안했다. 특히 국내 채권에 영항력이 큰 외국인 변수까지 고려한다면 일단 급격한 금리상승을 제어할 모멘텀은 해외 요인을 통해 형성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 불규칙도 익숙해지면 규칙 = 채권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통화정책 이벤트 충격으로 급격한 약세 흐름을 기록했다. 당장 급격한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과 같은 움직임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그간 일방적으로 이뤄진 금리 우호적 정책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



금리 속등으로 사실상 심리에 따라 시장 방향이 결정되는 영역에 진입한 만큼 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다만 가파른 정책 기조 전환이 발생할 확률은 낮아 시장 내부의 자생적 에너지를 통한 분위기 반전 노력은 지속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FOMC 등 해외 요인이 시장 안정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해외 변수와 외국인들의 동향이 뚜렷한 안정을 찾는 구간까지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의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정책 이벤트에 따른 후폭풍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커브의 경우 플래트닝 배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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