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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우려되는 '모피아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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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태종은 황제에 즉위하자 신하들에게 "나라를 안정되게 다스리는 근본은 오직 사람들을 적절히 임용하는데 있다"며 인재를 천거토록 했다. 그러나 신하들이 차일피일 미루자 다시 능력과 재능이 있다면 원수일지라도 추천하라고 엄명을 내린다. "옛 사람들은 어질고 재능 있는 사람을 천거할 때 안으로는 친척을 피하지 않고 밖으로는 원수를 피하지 않는다고 했소. 여러분들은 공평무사하게 진정으로 어질고 재능 있는 사람을 천거하면 되는 것이요" 태종은 덕과 재능이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하되 친소관계나 이해관계를 떠나 정확하고 공평한 기준을 가지고 사람들을 중용했다.

 

인재를 구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조직을 다스리는 최대 화두가 되어 왔으며 우리는 한 두 사람의 잘못된 기용이나 '편가르기식 발탁'으로 조직이 무너지는 모습도 종종 보아 왔다. 국가 지도자라면 마땅히 널리 사람을 구하고 그들의 구성이 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낙하산인사'니 '회전문인사'니 하는 불평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를 타고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 공기업까지 소위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를 합친 조어)'의 부활이 두드러지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주요 보직에 모두 옛 재무부 출신이 기용됐으며 기획재정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등도 '모피아'다. 또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까지 명실 공히 '모피아 시대'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 부처뿐 아니라 공기업과 금융 관련협회, 은행과 증권사 등 민간 기업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비대하고 비능률적인 정부와 공공조직의 개혁을 약속하며 관료들을 불신하고 질타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불과 1년 만에 경제관료 출신들에게 둘러 싸여버린 셈이 됐다. '민간 주도의시장경제'를 내세웠던 이명박정부 초기 모습이 무색할 정도다. 경제위기 극복에 '관치'라는 보도를 앞세우고 세력을 넓히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금융시장의 주도권도 이미 그들에게 넘어 갔다. 금융감독원장과 수석부원장도 재무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며 민간영역의 은행연합회장, 기업은행장, 캠코 사장, 기보 이사장 등에도 포진되어 있고 앞으로 공기업의 기관장에도 많은 이들이 발탁될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이제 민간 출신들은 명함조차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정권 출범 초기 공기업 기관장 기준으로 밝힌 '관료출신과 현직 기관장 배제, 민간 전문가 중용'은 이미 휴지조각이 된지 오래다.

 

물론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집행하고 관료 특유의 신중한 운영, 정부에 대한 바람막이 등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료들의 약진을 지나친 전관예우와 뿌리 깊은 패거리문화의 산물이라며 기관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방만한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윤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피아의 득세'라는 지적에 "경제팀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지적을 깊이 새기고 인사에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오히려 세력을 더 넓히고 있으며 공기업 임원 인사까지도 '식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공모가 진행 중인 예금보험공사 사장만 해도 공모 초기부터 '모피아'출신 모 인사 내정됐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현 정부가 '실패'했다고 규정하는 참여정부에서 주가가 오르자 '경제정책이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던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인사다. 꼭 이뿐 아니라 향후 나올 몇몇 자리에도 벌써부터 관료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그들이 경영능력과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강변할지 모르겠으나 일부 부처 출신들이 나눠먹기 하듯 자리를 독식한다면 다양한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다. 민간기업들이 인재를 다양하게 중용하고 기업 효율성을 우선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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