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근 금융감독원 전략기획본부장

경기가 바닥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위기 극복에 온 세계가 매진해온 덕분인 것도 같다. 주가지수가 최근 들어 급상승하고 거래량도 늘어 나면서 증권회사는 수수료수입 급증으로 조용히 콧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외환 부문에서도 비록 수입 감소에 기인하기는 하지만 월중 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많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중에서도 지금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반짝 장세일 뿐 재하락해 진정한 바닥을 친 후에야 회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각국의 각종 경기부양책과 유동성 공급으로 일부 경제 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지, 앞으로 부실이 현재화되면서 위기의식이 고조되어 재차 침체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학자들이 지적하는 내용이고 반대증거가 강력한 것도 아니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1920년대 후반의 대공황시에도 회복되는 듯 하다가 다시 하강했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불안과 긴장이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각국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우리나라도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심각도는 덜하지만 위기의식 속에 구조조정에 착수한 바 있다. 건설·조선업종에 이어 계열기업들에게까지 구조조정 필요성을 점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일부 경제지표의 회복조짐에 구조조정이 흐지부지될 까 우려가 많았는 데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등은 우리를 더 큰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것 같다.



비만한 사람들은 등산을 싫어한다. 과다한 체중으로 다른 사람보다 훨씬 힘들어하고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반면 날씬한 체격의 사람들은 등산도 잘하지만, 상대적으로 건강해보이고 모든 면에서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는 위기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기존의 구조가 크게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을 선도했던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이 주춤할 것이고, 홍콩·중국 등이 약진을 위해 매진할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 금융산업도 살만 잘 빼면 약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데, 이러한 금융회사들의 자산건전성은 대출받은 기업과 개인들의 건강에 달려있다. 결국 이들이 구조조정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우리 금융산업에 대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기업들 자신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난 후 세계 경제는 재편될 것이고, 벌써 업종별로 순위가 바뀌고 있다. 특히 1등은 더욱 도약해 2등과의 격차를 벌이고, 자동차업종에서는 5등까지만 살아남는 다는 말도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의 내용과 규모가 이러한 순위를 결정할 것이다. 세계 자동차업계 2위인 GM조차 과도한 살을 빼지 못해 위기에 처해있는 것을 보면, 업계순위가 상위에 들지 못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생존과 직결해있을 것이다.



이번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에게는 기회, 즉 위기로 위장된 기회일 수 있다. 10년전 금모으기운동을 했듯이 이번에는 군살빼기 운동을 하여 이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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