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6.2%, 29년래 첫 무역적자, 누적 재정적자 850조엔.

수출을 기반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에 이어 재정과 무역수지가 동반 적자를 기록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국으로 전락한데다 전후 최악의 경기 침체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일본 경제의 쇠락은 미국과 닮은꼴이다.

22일 발표된 2008년도 일본의 무역수지는 7253억엔(약 9조9500억원) 적자로 2차 오일쇼크의 충격을 받은 1980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71조8688억엔으로 전년에 비해 4.1% 감소했지만 수출액이 71조1435억엔으로 전년 대비 16.4%의 사상 최악의 감소율을 나타내면서 적자국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해 무려 10조엔(약 100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일본이 적자로 전락한 것은 그만큼 일본 경제가 외부 자극에 쉽게 무너질 만큼 허약체질임을 입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재정적자로 고전하고 있다.
1990년대 장기 불황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국채 발행을 거듭한 일본의 누적 재정적자는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합쳐 850조엔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6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당초 발행하기로 한 113조3000억엔 규모의 국채에 최근 10조8000억엔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키로 하면서 재정적자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될 전망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처방한 경기부양책이 오히려 재정적자를 늘린 꼴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하향되고 있다. 22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한 국제통화기구(IMF)는 올해 일본 경제가 6.2%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2.8%) 유로존(-4.2%) 등 선진국 가운데서는 최악의 수준으로, 금융 위기 확대로 인해 전후 최악의 경기 침체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2010년에는 0.5% 성장으로 플러스권에 겨우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지극히 불확실하다고 IMF는 밝혔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3.3%로,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4.4%로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낮춰 잡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찰스 콜린스 IMF 조사국 부국장은 "전기와 자동차 산업 등의 수출에 의지해 온 일본 제조업이 세계적 경제 위기로 예상 외의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일본은 추가 재정지출과 금융정책에 이미 한계가 왔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시 말해 일본이 내릴 수 있는 극약처방은 이미 한계에 달해 추가 재정지출이든 금융정책이든 약발이 받지 않을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일본 당국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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