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을 상환하겠다는 금융권과 저지하려는 정부. 월가에서 다소 의아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의 속내는 무엇일까.
골드만삭스는 구제금융 상환을 '의무'라고 지칭하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뿐 아니라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은행들이 연이어 상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간섭을 구제금융 상환의 주된 이유로 꼽는다. 월가의 IB나 은행은 이익을 달성한 만큼 고위 경영진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취해 왔다. 하지만 구제금융 지원 후 금융권 경영진들이 보너스 문제로 세간의 뭇매를 맞자 지원금을 조속히 털어내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지적이다.
보너스 이외에도 정부의 간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정부가 골드만삭스의 중국 공상은행 투자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 구제금융에 대한 배당금도 금융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무부가 1분기에 받은 배당금은 25억 달러를 웃돈다. 재무부가 보유한 구제금융 대상 은행의 우선주에 대한 배당률은 5%이며, 이를 5년 뒤까지 상환하지 못할 경우 9%로 높일 수 있다.
주요 은행들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는 시점에 구제금융 상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에 강한 제동을 걸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스트레스 테스트의 통과만으로 구제금융 상환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개별 은행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구제금융 상환 후 금융권의 자본적정성이 나빠질 경우 신용경색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 관계자는 구제금융 상환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구제금융 상환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저해돼서는 곤란하다. 둘째, 경기 침체를 보다 가속화할 수 있는 자산 유동화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경기 침체가 마무리될 때 보다 강한 회복을 이끌만큼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궁극적인 목적은 경제 및 금융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금융권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어야 여신 기능이 정상화되고, 더 나아가 경기 회복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무부는 구제금융 자금을 보통주로 전환, 은행을 국유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재무부 관계자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이 같은 방안을 고려중이며, 씨티은행을 포함한 일부 은행과 이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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