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금융포럼]폴 블루스타인 "스테이블코인, 달러 패권 해법 아니다…금융질서 흔들 수도"
2026 아시아금융포럼
폴 블루스타인 경제 저널리스트
"달러 패권, 미국의 '통제력'에서 나와"
"달러 패권이 흔들린다고 해도 스테이블코인은 결코 해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무력화하고 각국의 통화 주권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폴 블루스타인 경제저널리스트가 21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스테이블 코인과 달러: 기대와 현실 사이’란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2026.5.21 강진형 기자
경제 저널리스트이자 '킹달러'의 저자인 폴 블루스타인(Paul Blustein)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미래금융 대전환 : 생산적 자본의 시대와 새로운 금융질서'를 주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Asian Financial Forum 2026)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블루스타인은 현재 가상자산 업계가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국가안보와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원래 가상자산은 정부와 은행 같은 중개 기관 없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기술'로 홍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블루스타인은 "매우 과장됐거나 잘못된 논리"라며 "달러의 국제적 지위는 스테이블코인 없이도 이미 매우 강력한 기반 위에 올라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1970년대 고물가, 유로화 출범,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 부상 등 달러 패권 위기론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결국 달러 중심 체제는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 패권의 핵심 기반으로 미국 국채 시장의 압도적인 유동성과 자본시장의 개방성을 꼽았다.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를 언제든 사고팔아도 시장 충격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전 세계 자금이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미국 시장을 드나들 수 있는 거대한 금융 인프라 자체가 달러 패권의 진짜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블루스타인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가져올 가장 치명적인 위험으로 불법 금융 거래와 미국의 금융 제재 회피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 일종의 무기명 자산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는 국제 금융질서의 근간인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 규제 체계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달러 기반 제재 시스템은 단순히 '달러 사용 금지'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달러 기반 제재의 핵심은 전 세계 은행들이 국제 거래를 위해 달러 결제망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있으며, 미국은 이를 통해 강력한 제재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제재 대상과 거래한 은행을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할 수 있고 이것이 글로벌 금융질서를 움직이고 있다고 짚었다.
"신흥국 통화 주권 흔들릴 수 있어"
폴 블루스타인 경제저널리스트가 21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스테이블 코인과 달러: 기대와 현실 사이’란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2026.5.21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달러화 편중 현상)'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정한 신흥국 국민들이 자국 통화 대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면, 해당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영향력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블루스타인은 "한국처럼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하겠지만, 자본 유출 위험이 큰 저개발국이나 신흥국에서는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각국 정부가 건전한 정책을 펴면 해결될 문제라는 낙관론을 펴는 것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진단이며, 통화 주권 약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지닌 기술적 혁신성과 일부 순기능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글로벌 은행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이나 초인플레이션·자본통제에 직면한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일정 부분 대안적 자산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결제나 농작물 보험금 자동 지급 등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로서의 확장성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업계가 내세우는 혁신적 송금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품이 끼어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간 전송 과정에서 일부 수수료가 줄어들 수 있으나, 결국 수취인이 현지 법정화폐로 현금화하는 최종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전·인출 비용이 이를 상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기존의 고도화된 핀테크 서비스가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결론적으로 블루스타인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신기술을 시장에서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기술의 혁신 가능성을 인정하되 철저한 제도권 규제 체계 안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원칙 중심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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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은 디지털 금융 전환과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이미 전 세계의 모범적인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 금융권이 실험 중인 예금 토큰화 모델과 당국의 규제 하에 통제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향후 글로벌 통화질서 재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국제적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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