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에 리플레이션 기대가 무성하다. 일단 주가가 많이 오르고 있다. 미국 주가는 불과 한달새 25% 이상 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주가 상승이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이머징 국가의 통화가치와 신용 프리미엄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1600원 돌파 얘기가 나오던 원ㆍ달러환율은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고, 500bp를 넘나들던 CDS 프리미엄도 300bp 아래에서 형성되고 있다.
 
당연히 국내외 채권시장도 리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양적 완화 이후 급락했던 장기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단기적으로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정도 올랐다.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과 뒤섞이는 바람에 정확하게 리플레이션 기대에 따른 금리 상승을 분리해내긴 어렵지만 리플레이션 기대는 한편으로 위험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예상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 인플레이션과 팽창적 통화정책의 되돌림 가능성이라는 우려를 통해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리플레이션 기대는 분명 각 자산시장에서 합당한 가격 흐름으로 반영되지만 지금의 리플레이션 기대의 배경이 되는 경기 회복의 정도와 길이에 대한 전망이 과연 그대로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왜 그런가? 과거 금융 위기 이후 경기 침체 사례를 보면 대부분 W자의 회복 양상을 보이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W자 회복, 즉 일시적 회복 이후 다시 침체가 나타나는 경기 사이클은 결국 과잉의 해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림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번 과정에서 국내외 경제에서는 충분한 과잉 해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규모의 재정, 통화정책이 고용 조정을 비롯한 구조조정 과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가시적인 구조조정 없이 지금의 상황을 넘길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에 가해지는 2차 충격도 최소화될 것이고 소득이 안정돼 소비가 되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부채 문제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낙관적 시나리오를 생각하기 어렵다. 2002년 이후 성장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경제는 지나치게 부채에 의존해 왔고 반대로 지금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이 추가 대출을 통해 또 다른 경제 행위를 하기에는 부채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지도 않은 지금, 미래에 경기가 재차 나빠질 것이란 얘기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경제 주체들의 긍정적인 사고가 예상보다 강하고 빠르게 자산가격과 경기 회복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도 단기적으로나마 위험 자산 선호, 나아가 통화정책 당국의 시각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버블이 붕괴된 이후 구조적 문제는 단기적으로 리플레이션 기대가 반영된 이후 경제와 위험자산 가격을 계속해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 신호가 언제 어느 시점에 나타날 것인지를 정확하게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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