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은행 을지로 지점에 갓 발령받은 김모 지점장. 그는 최근 엔화대출자들을 만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만기가 다가온 엔화대출자들에게 일부 상환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대출자에게 '담보추가분 상환'이나 '10년 분활상환' 중 하나를 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엔화대출자들은 당장 올해 일부를 상환해야 하는 데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엔고(高) 현상'이 수그러들며 '엔저(低)현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엔화대출자들은 여전히 만기 상환에 따른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일부 지점장들이 직접 엔화대출자들을 찾아가 담보추가분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만 견뎌내면 작년 800원대에 차입했던 원ㆍ엔 환율만큼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에서 은행측의 만기 상환 요구는 더욱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오는 5월 만기가 돌아오는 김정원(가명)씨는 이미 은행의 요청으로 작년 원금의 10%를 상환했다. 그럼에도 불구 은행 측이 또 다시 일부 상환을 요구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김씨가 2006년 대출받은 금액은 8억여원. 담보로 잡혀있는 상가건물은 공시지가 20억원 상당이다.
김씨는 "최근 H은행 지점장이 과장과 함께 회사를 찾아왔다"며 "담보추가분에 대해 또 다시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ㆍ농협중앙회는 6개 금융회사와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 금융지원위원회'를 열고 만기연장과 금리할인 등을 내용으로 한 엔화대출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은행은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엔화대출금을 대상으로 연체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만기연장 혜택을 주고 추가 담보요구 등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언뜻 지원방안을 보면 엔화대출자들이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S은행에서 엔화대출을 받은 홍씨는 지난해 중순만 해도 매달 100만원의 이자를 내던 것이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450만원으로 4.5배 불어났다.
그는 "100만원 이자를 내던 것이 450만원으로 불어났다고 한번 생각해 보라"며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이 엔화대출 문제가 확산되면서 금융감독원도 지난 7일부터 실태 검사에 착수했다. 시중은행 7~8곳을 대상으로 엔화대출과정에서 불법ㆍ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집중 점검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실제 제대로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H은행 김모 지점장은 엔화대출자들에게 일부 상환을 요구한 데 대해 "일부 상환이나 분활 상환을 요구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엔화대출자를 찾아간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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