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제금융 반환하고서라도 보너스 줄 정도로 상태 양호해졌나

골드만 삭스를 필두로 한 미국 주요 금융기관들이 정부에서 받은 구제금융 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것이라는 시장 분석이 나오자 '이제 정말 바닥은 지났나' 하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공상은행 지분 4.9%를 보유 중인 골드만삭스가 이중 일부를 매각해 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뒤, 4월 중순까지 정부에서 받은 구제금융 자금을 갚을 것이라는 꽤나 구체적인 관계자들의 전언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현재 시장 분위기를 짐작할만 하다.

과연 이들이 채 1년도 안돼 정부자금을 반환하고도 무사할 정도로 재무상태 및 경영여건, 자본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일까? 지금 금융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매수에 돌입해도 될까?

냉혹하고 잔인한 금융인들의 놀이에 섣부른 기대란 애초에 접는 것이 좋다.

◆ '이 죽일놈의 보너스 사랑'...보너스, 그 달콤한 것을 먹기 위한 것일 뿐

현재 금융권에서 정부 구제금융 자금을 반환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정부에서 규제의 칼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테스트도 모자라 보너스를 주고 받는 것까지 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니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혈세로 보너스를 주냐며 모럴 해저드를 운운하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알지만 '그럼 내가 왜 이 짓을 하는데...나없으면 될 것 같아?'를 외치는 인재를 외면할 수도 없다.

돈 벌자고 하는 일인데 돈을 덜 주니 일하기 싫은 것은 사원이든 임원이든 마찬가지.
제 아무리 날고 뛰는 금융기관의 수장인들 제 값(?) 못 받으면 볼맨소리 나오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에 보너스 지급에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정부와의 실랑이가 부담스럽고, 아직 정부의 스트레스테스트가 완료된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 지원자금을 내놓고 보너스를 지급할 만한 배짱은 없지만 일단 준비는 하고 보자는 형국인 것이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몬도 이미 지난 2월말 구제금융으로 받은 자금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상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웰스파고 회장 리차드 코바세비치도 지난 달 정부의 보너스 환수 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 지난주 NYSE 공매도 물량 작년 9월 이후 최대

골드만 삭스 주가가 어제 고점기준 115.65까지 치솟으며 작년 10월 23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고, JP모건 주식 또한 어제 뉴욕장에서 주당 최고 29.3달러에 거래되며 작년 11월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에 지금이라도 금융주 포함 베어마켓 랠리에 올라타야하는 것 아니냐는 순진한 투자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지만 이럴 때일 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목에서 사고 발목에서 팔기 딱좋은 형국이 바로 요즘같은 때이니 보다 철저한 주의를 요한다.

물론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공황이후 최악의 국면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부실 자산 매입'이라는 가장 바람직한 호재가 등장한 지금이 바로 매수의 기회일 수도 있다. 분할매수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미 무너진 경제상황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확인해야할 것은 보너스에 혈안이 된 금융기관의 주가가 아니라 '실업률'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실업률 증가의 뚜렷한 둔화 혹은 감소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불(bull) 마켓'에 대한 기대는 언감생심이다.

어제 NYSE가 공개한 3월 13일자 공매도 물량은 총 1610억주로, 작년 9월 15일 리만브라더스 파산 당시의 1710억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 바닥 확인한 의미 있으나 스스로 템포 조절할 필요 있다.

몇가지 호재로 단숨에 산을 넘을 수는 없음을 명심해야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모기지금리 하향 안정화를 가져오는 데 괄목할 만한 기여를 하지 못한 것처럼 FRB의 국채매입으로 자본조달금리 하락을 유발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재무부의 1조달러 부실자산매입도 금융권과의 원할한 협공을 이끌어 내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 증시를 비롯한 자본시장은 또 다시 등락을 반복할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구제금융 자금 반환 등을 꽤하며 자기 배불릴 궁리를 하는 것을 통해 '이들이 바닥은 확인했구나'하는 힌트는 얻을 수 있지만 결정적 사실은 언제나 경제지표에서 확인해야한다. 그중에서도 실업률이다.

우리시각으로 26일 목요일 밤 9시 30분 전주 미국 초기실업청구건수가 발표된다.


김경진 기자 kj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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