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상장사 주식 담당자들이 자본잠식률을 낮추고자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법 손실ㆍ대손충당금 축소와 일시적인 현금 자산 확보, 재고자산 부풀리기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보고서를 제출한 코스닥 상장법인 가운데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법인은 쿨투와 에임하이글로발 등 총 44개 법인에 달했다.
44개 법인 중 자본잠식률이 50%대인 법인은 쿨투(자본잠식률 54%)와 에임하이글로벌(55.3%), 포넷(59.9%) 3개에 불과했다.
얼핏 보기에는 별문제가 없는 숫자지만 자세한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감사인의 감사 결과 자본잠식률이 50% 초반으로 결정될 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인은 한곳도 없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실제 상장법인에서 주식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주로 문제가 되는 항목이 대손충당금과 지분법 자본변동 등"이라며 "회사 측의 주장대로 이들 항목이 평가되면 최소 2~3% 포인트 정도의 자본잠식률 낮추기는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장법인 관계자 역시 "감사인에게 현금성 자산을 확인시켜 주고자 적지 않은 수수료를 물어가며 사채 등을 끌어들여 법인 통장에 예금해 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설명을 토대로 3ㆍ4분기 분기 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확인해보면 의심스러운 업체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히 지난 2007년 말 자본잠식률이 200%가 넘었다가 3개월 만에 전액잠식에서 벗어나며 상장폐지를 모면했던 P사는 1년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서 탈피했다고 공시했다.
결과만을 두고 보면 1년 동안 사업을 잘한 것으로 보이지만 P사는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자본잠식 탈피를 위한 필수코스인 감자도 거쳤으나 당기순익이 47억원 가까이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회사 측은 법인세 비용을 환급받아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모 회계사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회계 감사는 쉽지않다"며 "특히 영화와 드라마 등의 재고에 대한 자산평가 시 의견 대립이 심하다"고 말했다.
회계사는 이어 "감사인으로서 규정대로 평가해야하지만 법 적용이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상장법인의 운명이 갈리는 경우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관리종목 지정 갈림길에 해당하는 자본잠식률 50%를 소폭 상회할 경우 상장법인들은 편법을 통해 관리종목을 피해갈 수 있던 셈이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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