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나가는 사람은 없고 새로 뽑는 직원의 숫자는 줄어 드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에도 '노령화 바람'이 불고 있다.
증시 침체로 증권사가 생존의 갈림길에 서면서 신입 직원 채용을 늦추거나 규모를 줄인 데다 직원들의 퇴사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부장급 이상 직원들이 '임원 달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증권가 노령화 주범의 원인이 되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올 상반기 채용 계획을 대졸 공채 신입 직원이 아닌 인턴사원 선발로 잡고 있다. 하반기 채용 계획은 아예 정하지 못하거나 계획이 있더라도 구체적 일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상반기 인턴 50여명을 채용할 계획인 A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1999년 인턴을 채용한 이래 10년 만에 실시하게 됐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시장이 나쁠 때 아예 신입 직원을 뽑지 않았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매년 소수라도 뽑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B 증권사도 올 상반기 인턴 60여명을 채용키로 했다. 계약 기간은 6개월로 월 급여는 100만원이다. 대졸 공채를 통해 정규 신입 직원을 뽑는 것에 비해 비용 절감 효과는 확실히 있는 셈이다.
임원 승진을 앞둔 직원들이 예전에 비해 '임원 달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도 만연하다.
증권 유관기관에 근무하는 한 고위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임원 딱지를 달아야 하는 말년 부장들이 보직 전환을 요구하거나 보직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례가 실제로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젊은 임원급 직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줘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자기 몸 사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지적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C 증권사 임원급 관계자는 "기존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임원급이 많은 역피라미드 형 혹은 중간 관리자급이 많은 다이아몬드 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정규 신입 직원을 뽑아 회사의 재산으로 키워야 하는데 여력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자진해서 떠나는 40~50대 직원들도 크게 줄었다. 결혼 후 회사를 떠나던 여직원들도 증권사에서 한 몫을 톡톡히 해내는 시대가 오면서 퇴사율이 낮아졌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팀 내에서 대리와 과장이 막내인 경우가 허다하고 차장으로 진급하지 못한 40대 과장이 종종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이로 인해 증권사 지점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E 증권사 지점장은 "예전의 경우엔 차장 중반급 정도가 되면 지점장으로 발령나곤 했으나 요즘엔 부장 혹은 임원급 지점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며 "각 증권사마다 차석자 연령대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여직원들이 자산관리 등 영업에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점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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