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연장땐 원금 보장".. 투자자 "미래 불확실한데 장담할 수 있나"
잇단 수익자총회 투자자 달래기 고육지책
"이자까지 받는다면" 울며겨자먹기식 동참


"펀드 만기만 연장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만기 연장에 찬성하는게 좋을 겁니다."

펀드 만기 연장에 대한 수익자총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증시폭락과 부동산 시장 침체, 건설기업의 부도 등으로 펀드 손실이 커져 원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투자자들에게 만기 연장을 유도하고 있다.

원금 손실로 성난 펀드 투자자들을 달래고 시간을 벌어 부진한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당장 투자한 원금조차 건질 수 없게 된 투자자들은 억한 감정을 누르고 만기만 하면 원금을 다 챙겨받을 수 있고 거기에다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운용사들의 말에 어쩔수 없이 만기 연장에 동참한다. 울며 겨자먹기식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 19일 수익자총회를 열고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1년간 펀드 만기가 연장됐다. 지난 12월에 이어 벌써 두번째 이어지는 만기 연장이다.

덕분에 1조원 규모의 양재동복합센터 건설 사업이 위기를 모면하게 됐지만 이어지는 경기침체와 부동산 시장의 악화로 만기 이후 원금을 다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상태다.

수익자총회에 참석한 한 개인 투자자는 "1년 반만 지나면 만기가 도래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투자했는데 1년이나 더 기다려야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1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일부 상환을 해주는 구제 방안도 모색해야 하지 않냐"고 토로했다.

또, 지난해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2Star 파생상품 KH-3' 펀드도 환매가 연기됐다.

이 펀드는 지난 2006년 9월20일 설정돼 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이뤄지는 주가연계펀드(ELF)다. 조기상환되지 않을 경우 만기는 3년이지만 편입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사인 리먼이 파산하면서 현재 환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줄도산을 이어가자 부실자산 채권이 발생, 회생가능한 시점까지 환매가 중단된 경우도 있다.

'도이치 코리아채권투자신탁'는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신성건설의 회사채를 편입, 신성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지난해 11월 환매가 중단된 바 있다.

그 후 정상자산과 부실자산을 분리해 정상자산에 대해서는 환매가 가능하지만 이 펀드는 신성건설 외에도 남광토건과 코오롱건설 등 건설채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담보부증권(ABS)을 상당수 편입하고 있어 향후 추가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 선박펀드 등 특별자산펀드들은 글로벌 위기가 오기 전까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이에 대해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에만 급급했었다"며 "이번 펀드 만기 연장 사태를 교훈 삼아 체계적이고 철저한 계획 아래 운용 능력을 키워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여 나가지 않으면 고객들의 신뢰를 영원히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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