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주부사원 모집 현장 가보니]

“일할 수 있다고.. 나이많은게 죄여?”

지난 16일 오전 10시경 서울특별시 강남구 수서동 주공아파트 복지관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할머니(75, 김정란) 한 분이 주택관리공단 수서 관리소 선종국(45세) 소장을 꾸짖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나이 제한(65세)으로 자격이 없다는 말에 몹시 화가 났다. 선소장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경기 침체로 임대아파트내 실직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 선 소장은 “연세가 많으셔서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며 김 할머니를 설득했다.

“10년만 젊었어도…” 복지관을 떠나는 할머니의 뒷모습은 쓸쓸하기만 했다.

대한주택공사는 오는 3월2일부터 임대주택단지 독거노인 돌보기 등의 업무에 투입할 1000명의 주부사원을 모집 중이다.

일종의 잡셰어링 차원이다. 이를 위해 주공은 사내 복지기금 40억원을 활용키로 했다. 모집대상은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들로 단지내 불우이웃 돕기 활동 등을 전개한다.

반응은 뜨거웠다. 경쟁률이 높아서가 아니다. 생계를 위해 반드시 일자리를 구하는 주부들의 열의가 강하다는 뜻이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멀찌감치 지켜보던 이민자씨(55)도 일자리를 잡기 위해 복지관을 찾았다.

이씨는 “젊었을 때 7년간 장애아동들을 상대로 특수교육을 한 적이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에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공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1차 접수를 받았다. 이후 16일, 17일 양일에 걸쳐 기초생활수급자 및 주공 임대주택 입주자를 상대로 2차 접수를 실시하고 있다. 이후 3월 2일부터 임대아파트내 노인·장애인·아동 등에 대한 돌봄서비스(청소, 간병, 심부름, 탁아, 학업지도, 취사, 목욕 등)를 실시한다.

이날 찾은 수서동 주공아파트 복지관에는 총 20명의 입주민이 일을 찾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1차 접수 인원까지 포함하면 총 21명이다.

이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그나마 하던 식당일도 그만두게 됐다”며 “지난 6개월간 아무 소득 없이 생활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내 나이에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하루에 6시간씩 주 5일 일하면서 4대 보험까지 보장해준다니 정말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주공은 서울 156명, 경기 81명, 부산 112명 광주전남 121명 등 총 1000명을 모집한다. 이들은 오전·오후 3시간씩 6개월간 근무한다. 일주일간 정상적으로 근무를 마치면 휴가도 제공된다. 신청자격은 1944년 2월2일 이후 출생한 주부로 제한된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경우 선발 경쟁에서 유리하다. 월급은 60만원으로 신청서 접수시 원하는 직종·지역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대한주택공사 직원들은 취약계층가구를 직접 찾아다니며 주부사원들이 돌봄 서비스를 펼칠 수혜 가구를 선별한다.

선 소장은 “이달 18일까지 수혜자를 선정하고 요구사항을 접수받는다”며 “이후 권역별로 주부사원을 배분해 3월 2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주공 서울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총 152명 모집에 16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공은 신청서 접수가 끝나면 선발 결과를 주공 홈페이지 및 각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게시판에 게재할 계획이다.

이씨는 모든 신청 절차를 마친뒤 “생활을 위해 지속적인 수입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6개월 후에도 계속 일 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며 찬바람이 부는 복지관 밖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주공 잡셰어링 개요

2월 10일~11일 주부사원 모집
2월 16일~17일 복지 혜택자 선정 및 요구사항 조사
2월 24일 권역별 주부사원 인원 배분
3월 2일 실무교육 및 업무개시

전국 1000명 모집
(서울 156명 경기 81명 부산 112명 전북광주 121명 대구경북 149명 등)

지원 자격: 1944년 2.2 이후 출생한 주부
선발 순위: 1순위-국민기초생활생활보장법 상 수급자
2순위-1순위 외 입주민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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