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한복판 재개발 현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빚어진지 1주일이 지났다. 용산 현장에는 설날 연휴에도 희생자에 대한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유가족들은 정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과격 시위 엄단을 내세우며 여론 향배에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권도 정국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싸움에만 몰두하는 인상이다. 검찰 수사는 화재 원인이 화염병이라며 일부 농성자를 구속했을 뿐 책임 소재 규명은 제자리걸음이다.
아직도 뚜렷한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으니 정부가 이번 참사를 접하는 국민들의 참담한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느낌이다. 참사 직후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릲이번 사고가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릳고 발언한 것이나 한승수 국무총리가 참사 소식을 보고받고도 사고 현장보다 4대강 살리기 행사장에 먼저 달려간 것은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로 인명의 귀중함보다 개발 위주 정책을 앞세우는 자세라는 지적이다.
현재의 방식대로 도시 재개발이 추진된다면 제2의 용산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서울시의 도시정비 사업은 크게 주거지역 환경을 정비하는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과 상업 및 준주거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환경 정비사업 방식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은 기반 시설과 주택노후도가 심한 450개 구역에서, 재건축은 65개 구역에서, 뉴타운은 생활권 단위로 묶어 26개 지구에서 진행 중이다. 참사가 일어난 용산과 같은 도시환경 정비구역도 467개 지구에 이른다.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서울시장 재임시절과 현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 적극 추진돼 지난 6년 동안 지정된 뉴타운과 재개발지역이 서울시 전체 주거지역의 9.4%인 2890만여㎡에 이른다. 이는 1973년 이후 28년 동안 지정된 지역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서울 곳곳에서 동시에 재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서민들의 터전은 줄어들고 주민 피해에 따른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도심 개발이 가속화하면 할수록 갈등은 만연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결과론적 원인을 떠나 용산 참사의 근본 원인은 원주민과 재개발조합 간의 구조적인 갈등이다. 재개발은 일종의 공공사업이지만 사업 추진의 주체가 조합인 만큼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조합원들은 최대의 이익을 내야하는 반면 세입자들은 얼마라도 더 보상을 받아야 하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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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시정비계획 수립과 조합 결성에서부터 원주민과 세입자가 소외당하는 것도 갈등의 한 원인이다. 지구지정계획 소문이 나면 개발 이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개입하면서 땅값과 집값이 오르고 원주민과 세입자는 밀려나는 부작용이 빚어진다. 재개발 현장엔 서민인 원주민은 떠나고 부유한 투기세력이 자리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의 원주민 정착률이 30%이하에 머물고 뉴타운의 경우는 20%도 못 미치는 곳이 허다한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또 140여 지역에서 재개발 반대 투쟁이 전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라도 개발 논리에 밀려 무모하게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재개발 사업을 상업적 논리에 맡기고 정부나 지자체는 사업 속도를 내는데 만 치중한다면 불상사는 언제라도 또 터질 수 있다. 서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기능 회복을 위한 재개발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서민 복리 향상에 두고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원주민과 세입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임대주택의 비율을 높이는 등 주민들을 위한 보상체계도 현실성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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