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혈관 분야 부천세종병원]

부천세종병원은 '심장수술'이라는 특화된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대학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난치성 심장병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생겨났으며 우리나라에서 심장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라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종병원은 유행처럼 퍼져 있는 네트워크 병원도, 전국적인 분원을 가진 병원도, 증축의 증축을 거듭한 초대형 병원도 아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규모가 아니라면 세종병원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설립자 박영관 혜원의료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중요한 것은 '실력'과 '시스템'이다

1980년대 초반 의료의 사각지대였던 경기도 부천에 설립된 작은 병원이 의료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심장수술에 있어서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병원 중 탑3 안에 들게 된 것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대학의 부속병원도 아닌 개인 병원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박영관 이사장은 두가지를 꼽았다.

"우리 병원 의사들보다 훌륭한 의사도 분명 많다. 하지만 우리만이 가진 강점이 있다. 바로 '협진체제'다. 통상 대학병원에서 12∼24시간 걸리던 의사결정 구조를 우리는 1시간 내 가능하도록 했다. 촌각을 다투는 심장분야에서 이보다 강점이 있을 수 있나."

박 이사장은 개원초부터 시행해 온 24시간 전문의 근무 체제도 세종병원 만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 역시 종합병원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란 설명이다.

심장수술은 기본적으로 심장내과ㆍ흉부외과ㆍ마취과ㆍ방사선과 등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인 분야다. 이들의 협진체제가 심장수술의 '질'을 높이는 데 핵심이라고 생각한 박 이사장은 각 전문가들이 '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심장에만 전념하는 외골수가 승부수

시스템이 아무리 좋고 열정이 앞서도 결국은 자본의 힘에 밀리기 마련이다. 심장분야는 각 대형병원들 역시 중요 진료분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시설이나 장비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 이사장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처음에 심장수술 병원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주변 모두가 부정적이었다. 경쟁이 되겠냐고. 하지만 수술 실적 면에서 개원 3년만에 서울대병원을 따라잡았다. 원동력이라면 글쎄…'심장에 대한 열정'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난 심장을 선택했고 질을 높이는 데만 골몰했다. 노하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외엔 사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럭저럭 병원에서 나온 수익금은 전부 '교육'에 쏟아 부었다. 그래서 남들처럼 분원 하나 짓지 못하고 자금도 넉넉하지 못한 채 26년을 끌어왔다고 박 이사장은 소회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을 좀 벌일 생각이다. 세종병원이 보건복지가족부 선정 심장혈관 분야 유일한 전문병원으로 선정되고, 전국적인 입지를 확고히 다지면서 부천시와의 협력관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모양새는 부천에 '심장특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을 하나 정도 더 지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박 이사장은 생각하고 있다. 이는 해외환자의 진료를 활성화 하려는 목적으로 최근 개정된 의료법과 큰 관련이 있다.
◆심장에 대한 열정엔 국적도 필요없다

세종병원은 지난 19년 동안 20여개국 약 700여명의 어린이에게 심장병 수술을 무료로 해준 경력을 갖고 있다. 또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설명회를 갖는 등 의료법 개정 이후를 꾸준히 준비해 왔다.

이런 노력은 올 해도 계속된다. 국내 최초의 외국인 전용 심혈관 병동이 올 해 안에 지어진다. 시설을 갖추고 제도까지 정비됐으니 올 한 해 외국인으로부터의 의료수입만 100억원, 향후 연 평균 1000명의 외국인 입원환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병원의 노력 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가장 시급한 제도개선이 뭐냐고 물었다.

"의사는 최선을 다해 생명을 구하는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 그 외 문제는 제도가 해결해 줘야 한다. 의사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을 때 의료는 발전하고 전문병원은 더 전문화 된다. 그것이 세종병원과 같은 병원의 존재이유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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