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도대체 검찰 조직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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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 사건을 수사해오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의 사표 소식을 듣다보니 불현듯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수지김' 사건이 떠올랐다. 2002년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아내를 살해한 파렴치범 남편은 반공투사가되고 이를 안기부 등 국가기관이 주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살해된 수지김의 가족은 빨갱이로 몰려 산산조각 났고, 어머니는 실어증을 앓다가 화병으로 사망했다. 술로 세월을 보내던 오빠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졌고, 큰언니는 정신병을 앓다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두 동생은 이혼당했다.

2000년에도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정원의 압력을 받은 경찰은 내사를 중단하고 말았다. 다행히 서울중앙지검에서 진실을 밝혀내면서 무려 1987년 이후 14년 동안 구천을 해매던 수지김과 그의 가족은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이 사건을 재수사했던 차장 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 조직을 등져야만 했다.

위험을 무릎쓰고 진실을 밝혔지만 조직으로부터는 외면당한 것이다. 이어 내년 초에는 임수빈 부장검사이 사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에 대한 강경 조치를 주문하는 지휘부와의 갈등이 사의 표명의 배경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그는 지휘부의 입장과는 달리 PD수첩의 보도내용이 정부 비판에 맞춰져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하기는 어렵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하면 1개월 전부터 사표를 들고 다닐 정도였겠는가.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검사의 '소신'이 검찰의 '조직'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조직이 시키는 대로만 수사하고 시키는 대로만 결론내리면 된다는 얘기 아닌가.


대검에서는 '수사부장과 검찰수뇌부의 갈등은 사실이 아니다. 수사결론 보고한 바 없다. 계선라인에서 사직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도 "수사 하면서 의견차이 정도야 없겠나. 그런 것이지 뭐 갈등이 생기고 충돌이 생기고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왜 갈등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는지, 그리고 갈등을 풀려고 하기보다는 숨기는데 급급해 하는지 그 속내가 궁금하다.


소신이 조직의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직을 떠나야 한다면 그 조직은 죽은 조직이나 다름 없다.


검사 출신인 한 중견 변호사의 말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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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원칙대로만 하면 된다. 원칙대로만 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그러나 원칙이 아닌 것을 강요받을 때 원칙을 지켜나가지 않고 비원칙에 순응한다면 검사가 아니다. 그런 검사는 하루빨리 옷을 벗는게 국가를 위하는 일이다"


과연 옷을 벗어야 할 검사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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