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원오·오세훈 대결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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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그랬다. 후보들이 말로는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고 하고선 막상 선거일이 다가오면 인신공격에 열을 올렸다. 우리는 그것을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부른다. 박빙 승부를 벌일 때도 그랬고, 한 후보가 독주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추격하는 자의 다급함에서 시작한다. 단기간 승부에서 상대를 몰아쳐 방어적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선거전략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잘만 하면 추격하는 후보가 막판 역전승에 성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책 공약은 뒷전이 된다.


오는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3선 성동구청장 출신의 정원오 후보를 선택했다. 정 후보는 구청장 시절이었던 2024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구청장 직무 수행 평가에서 94.7%의 긍정 평가를 받아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잘하긴 잘하나 보다"라는 지원사격도 받았다. 국민의힘은 우여곡절 끝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후보로 낙점했다. 오 후보는 4선 서울시장이라는 말만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다. 두 후보의 이력을 보면 비슷한 점이 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거나 짧다. 서울 자치 행정으로 뼈가 굵었다는 점도 그렇다. 이들의 강점은 행정력이다. 중앙정치 경험이 많지 않지만, 시민의 불편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구태 정치와도 거리가 있다.

두 후보의 정책 대결은 이미 뜨겁다. 이 대통령이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을 언급하면서 단숨에 부동산 세제를 두고 전선이 형성됐다. 앞으로 재개발을 비롯한 부동산 문제, 일자리 창출, 서울의 국제경쟁력, 서울시민의 양극화 등 주요 현안을 두고 공방이 펼쳐질 것이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오 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두 후보 간 난타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사태를 겨냥한 야당 심판론을 꺼내 들었지만, 계엄에 반대해온 오 후보에게는 크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서울시장 선거는 정책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시시한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고 관측하지만, 정책 공약을 두고 벌어질 팽팽한 설전은 여느 때보다 흥미로울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패자의 미래다. 양측 모두 승리를 공언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승리하면 누군가는 패배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상황은 묘하게도 승자든, 패자든 모두가 정치적 중량감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서울 종로구 공천을 거절하고 부산 북구·강서구 을 지역구에 출마했다. "지역주의 벽을 넘겠다"던 그는 결국 낙선했지만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었다. 대선 도전의 기반을 다졌다.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이 오히려 한 사람의 미래에 빛을 비추는 일은 드물지 않다.


두 후보는 앞으로 서울시장을 넘어 중앙정치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이겨야 그 기회가 명확해진다. 반면 누군가는 이기든 지든 기회에 가까워질 수 있다. 기회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통해 다가온다. 얼마나 잘 싸우느냐. 유권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에 희망을 줘야 한다. 새 정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 큰 정치지도자로서의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치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호소력 있고 대범해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이런 모습을 각인시킨다면 져도 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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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까지 남은 선거운동 시간은 40일이다. 두 후보는 네거티브 전략을 버리고 정책으로 경쟁하길 바란다. 선거 풍토를 바꾸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을 올바르게 바꿔보겠다'는 신념 하나로 선거에 임하길 소망한다. 누군가는 잘 이기고, 누군가는 잘 져야 한다. 그래야 큰 정치지도자의 길이 열린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리더를 얻는다.


조영주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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