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없는 생각은 공허하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이렇게 설파했다. (대구의 뒷부분인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 경구는 소통의 지침으로도 유용하다. 즉 "생각을 표명할 때 알맞은 사례를 들어야 한다"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그 생각은 공허해서 상대방에게 전해지지 않은 채 겉돌 뿐이다.


인공지능(AI) 시대 교육을 두고 국내외에서 제언이 속출하고 있다. 다들 사고력을 강조하는데, 그 하위 과목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 각 과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사례를 들어 제시하는 글은 보이지 않는다. 예시가 없는 것은 소통 기법이 약해서가 아니라 필자들이 AI 시대에 필요한 교육의 '내용'을 아직 갖추지 않은 상태이어서가 아닐까.

필자는 AI 시대에 신설하고 비중을 키워나가야 할 과목으로 '정확한 독해를 통한 정확한 사고'를 제안한다. 구체적인 과목은 네 가지, 즉 글을 읽으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앞뒤가 들어맞는지 정합성을 따져보기, 대상이 온전하게 서술됐는지 점검하기, 범주와 사례가 정렬되는지 맞춰보기이다. 정확한 독해는 문해력을 심화하는 활동이다. 글로 서술된 대상을 더 뚜렷하게,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사고하도록 한다.


필자는 네 과목의 사례를 다수 갈무리해 놓았다. 온전성 예제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다음 문단에는 불가결한 어떤 사실이 누락됐다. 그 사실은 무엇인가?

"사업계획서가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청사진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소기업 세 곳 중 두 곳이 사업계획서 없이 사업을 시작하고, 그중 3분의 2가량이 창업한 지 5년 이내에 사업에 실패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AI 시대 필수 과목으로 하나를 더 제안한다. 스스로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학습이다. 교사는 포털을 통해 제공되는 각종 사전의 지식과 AI의 답변을 활용해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면서 탐구하도록 도우면 된다. 그런 학습을 다음과 같이 예시한다. 답은 사전과 AI 답변에서 인용한다.


-소금의 간수가 뭐지?

"소금에서 저절로 녹아 흐르는 물."


-간수의 화학 성분은 무엇인가?

"주로 염화마그네슘이고, 이 성분은 두부 응고제로 쓰인다."


-염화마그네슘은 왜 녹아내리나?

"이 화합물은 대기 중에서 습기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다."


-천일염에서 간수를 빼는 이유는 뭔가?

"마그네슘에서 쓴맛이 나기 때문이다."


-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해서 좋다면서 정작 주요 미네랄이 포함된 간수를 빼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정합성 위배)?

"모순이다." (하략)


이 문답을 맛과 응고제로 확장할 수 있다.


지식을 전달받는 공부와 스스로 물어보고 답을 찾는 학습은 차이가 크다. 후자는 자신의 지식체계를 능동적으로 확장하는 활동이자, 학습 능력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AI 시대에 맞춰 적합한 '내용'을 채워 사고력과 학습력을 함양하는 교육을 해나가야 한다. 교육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 노력을 쏟아붓는 한국에 특히 필요한 일이다.

AD

백우진 경제 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