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포장도 사치" 중동 리스크에 日과자업계 1위 흑백 패키지 전환
25일 출하분부터 14개 인기 제품 순차 적용
호르무즈발 나프타 쇼크에 잉크 수급 차질
중동발 공급망 충격이 원유와 휘발유 가격을 넘어 감자 칩 봉지, 음료 라벨, 화장품 용기 등 일상 소비재 포장까지 흔들고 있다. 이 가운데 원가 절감을 위해 일본 제과업계 1위 기업 가루비가 주력 상품인 감자 칩 등의 포장을 흑백 패키지로 바꾼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 유가와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쇄 잉크 등 포장 부자재 조달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처다.
12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루비는 오는 25일 출하분부터 일부 과자 제품 포장을 기존 컬러 인쇄에서 흑백 2색 인쇄 방식으로 순차 전환하기로 했다. 대상은 '포테토칩 우스시오맛', '콘소메 펀치', '노리시오', '갓파에비센' 등 14개 인기 제품이다. TV아사히도 가루비가 중동 정세 긴장으로 인쇄 잉크 등 원재료 조달이 불안정해지자 품질에는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안정 공급을 위해 패키지 단순화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가루비의 흑백 패키지 전환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석유화학 원료 부족이 소비재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란 평가가 나온다.
7월 예정이던 신제품 출시도 연기
가루비는 당초 오는 7월 출시할 예정이던 '사우어크림 맛' 신제품 출시도 연기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중동 정세 악화로 일부 원재료 조달이 매우 불안정하다"며 "향후 이란 정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안정 공급을 최우선으로 두고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감자 칩 자체의 원료 부족이 아니라 포장재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됐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핵심 원료로, 플라스틱 필름과 용기뿐 아니라 인쇄 잉크의 용제·수지, 접착제 등 포장 공정 전반에 쓰인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석유제품 물류가 차질을 빚으면서 아시아 지역에서는 나프타 가격과 포장 부자재 비용이 동시에 뛰고 있다. 로이터는 한국·일본 등 아시아 석유화학 업체들이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 만큼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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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서는 가루비와 같은 포장 단순화 움직임이 식품·음료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햄·소시지 제조사 이토햄요네큐홀딩스의 우라타 히로유키 사장은 최근 결산 발표에서 "앞으로는 컬러풀한 패키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흑백 등 단순 포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부 중견 음료업체도 대형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상품 등 유산균 음료 15개 제품에 대해 이달 하순부터 용기 인쇄를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도 상황 예의주시…식품 포장용 필름과 잉크 가격도 20~30% 올라
국내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품·음료업계는 플라스틱 필름, 라벨, 잉크, 접착제 등 포장재 전반의 원가 상승과 납기 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대기업은 6월까지 일부 포장재 재고를 확보해 버티고 있지만,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5월이 한계'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으며 식품 포장용 필름과 잉크 가격도 20~30%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등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3일 인천 서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종량제 봉투 제조 공장에서 종량제 봉투를 생산하는 모습.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라면·제과·음료 등 소비재 기업뿐 아니라 화장품과 의약품 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화장품 용기, 파우치, 라벨, 의약품 수액제 포장재 등은 대부분 석유화학 원료 기반 소재를 사용한다. 로이터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한국 식품·화장품 기업의 포장재 수급에도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이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식품·화장품·의약품 업계도 포장재 확보 비상
우리 정부도 나프타발 공급망 불안이 생활물가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식품·위생용품 및 의약품의 대체 포장재 활용을 위해 포장재 표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대체 포장재 품목허가 심사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약품과 필수 소비재 분야에서는 포장재 병목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 포장지 직접 인쇄 방식 대신 스티커 부착 방식으로 의무 표시사항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수액제 포장재 등 필수 품목에는 나프타를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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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포장재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제품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장재는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식품·생활용품처럼 대량 생산되는 품목에서는 필름·라벨·잉크·접착제 비용 상승이 곧바로 제조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물류비와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 기업들이 할인 축소, 용량 조정, 가격 인상 등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장 모든 제품 포장이 흑백으로 바뀌는 상황은 아니지만, 컬러 인쇄를 줄이거나 라벨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 대상"이라며 "나프타 수급난이 길어질 경우 제품 디자인보다 공급 안정성이 우선되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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