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硏 "유가 10% 오르면 제조업 생산비 0.71% 상승"…석화 산업 직격탄
중동 리스크에 공급망 불안 확대
에너지 의존 산업 비용 압박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제조업 전반의 생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석유제품과 화학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KIET)이 16일 발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용은 평균 약 0.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석유제품 산업의 생산비 증가율이 6.30%로 가장 높았고, 이어 화학제품(1.59%), 고무·플라스틱제품(0.46%) 등 에너지 투입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반면 철강(0.08%), 반도체(0.05%), 자동차(0.14%)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 제조업에서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 등 에너지 투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플라스틱·화학소재·운송장비 등 다양한 산업의 생산비 증가로 파급되는 구조다. 특히 석유제품과 화학 산업은 원유 가격 변동이 곧바로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유가 상승에 가장 민감한 산업으로 꼽힌다.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제유가와 해상 물류 비용이 동시에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여서 이러한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약 70% 이상에 달하고, 대부분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분쟁이 확대될 경우 공급 차질과 운송비 상승, 원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의 영향은 제조업 생산비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밀어 올리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동시에 기업의 투자 위축과 경기 둔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비 상승과 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고려해 산업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과 정유, 플라스틱 등 원유 기반 소재 산업의 경우 원재료 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가격 전가 능력과 재고 관리 전략을 강화해야 하며, 철강·기계·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서도 에너지 비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효율화와 공정 개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정책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중동 리스크 확대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원유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유 활용 등 수급 안정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해상 물류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우회 운송로 확보와 물류 대응 체계 강화 등 공급망 리스크 관리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별 피해 양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업종별·기업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향후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수출기업의 피해와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산업연 이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국내 경제 성장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연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9%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으나,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를 고려하면 성장률 전망의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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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산업연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조업 생산비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어 향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이 올해 성장 경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성장률 전망 수정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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