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DNA'로 공정 혁신
범용 장비 활용해 스케일업
수급 불균형 '기술'로 해결
2028년 IPO 정조준

인공혈소판 상용화의 최대 난제는 '대량생산'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닿을 수 없다. 앞서 10ℓ 배양기 4대로 인공혈소판 임상 1상에 먼저 진입한 일본 메가케리온의 임상이 잠정 중단된 것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서다.


국내 유일 인공혈소판 개발 기업 듀셀이 지난달 50ℓ 규모 배양기에서 인공혈소판 생산에 성공하며 주목받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2021년 설립된 후발주자가 세계 최초 기록을 세운 것이다. 메가케리온은 아직 45ℓ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민우 듀셀 대표는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50ℓ는 단순히 10ℓ의 5배가 아니다"라며 "상용화를 위한 최소 단위"라고 강조했다.

듀셀 이민우 대표가 5일 경기 판교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듀셀 이민우 대표가 5일 경기 판교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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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ℓ부터 하라는 조언, 거절했다"

창업 4년 만에 글로벌 선두로 올라선 비결은 '발상의 전환'이다. 이 대표, 김치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모두 GC녹십자 출신으로 신약개발 전주기를 경험한 '산업계 DNA'를 가졌다. 메커니즘 연구에 강한 경쟁사들과 달리, 이들은 처음부터 스케일업에 집중했다.


시리즈B 투자 유치 당시 "10ℓ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이 쏟아졌다. 메가케리온이 밟은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거절했다. 같은 길을 따라가면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메가케리온도 45ℓ 규모 배양기를 이용한 공정개발 진행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듀셀은 이미 50ℓ를 목표로 달리고 있었다.

듀셀의 배양기. 듀셀

듀셀의 배양기. 듀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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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접근도 달랐다. 메가케리온은 자체 제작 배양기를 썼다. 스케일업을 하려면 배양기부터 새로 설계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듀셀은 독일 사토리우스의 일반 양산 배양기를 선택했다. 장비가 아닌 배양 조건을 바꾼 것이다. 인공혈소판은 전구세포인 거핵세포에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듀셀은 로터 회전 속도, 플로우, 가스 조건 등을 최적화해 일반 배양기에서도 높은 수율을 끌어냈다. 50ℓ 배양기가 도입되기 전 2ℓ, 5ℓ로 시뮬레이션을 마쳤고, 첫 배양에서 바로 고품질 인공혈소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사토리우스 장비가 있는 시설이라면 어디든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자체 장비에 묶인 경쟁사와 달리 글로벌 확장성을 확보한 셈이다.

2029년 상용화 정조준…올 하반기 첫 매출

듀셀은 인공혈소판 플랫폼 'en-aPLT'를 기반으로 세 가지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수혈용 인공혈소판(DCB-101), 골관절염 치료제(DCB-103), 첨단바이오소재인 인공혈소판 용해물(DCB-301)이다.


가장 빠른 것은 수혈용 인공혈소판이다.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암 환자 대상 임상을 준비 중이다. 2027년 하반기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고, 2028년 초 임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메가케리온이 2029년에야 임상에 재진입할 예정임을 고려하면 1~2년 앞서는 셈이다.


듀셀 이민우 대표가 5일 경기 판교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듀셀 이민우 대표가 5일 경기 판교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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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는 2029년이 목표다. 일반 신약은 임상 1상에만 1~2년이 걸리지만, 인공혈소판은 혈액과의 동등성만 입증하면 된다. 엔드포인트가 명확해 1상은 3~6개월, 2상은 6~9개월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상 이후 조건부 허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당장의 매출은 혈소판 용해물에서 나온다. 세포 배양 시 영양제로 쓰이는 소태아혈청(FBS)을 대체하는 첨단 바이오 소재로, 임상 없이 바로 판매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독일 PL바이오사이언스와 200만달러(약 30억원) 규모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고, 올해 4월 본계약 후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PL바이오사이언스가 국제 콘퍼런스에서 '세계 최초 인공혈소판 용해물'을 발표한 뒤 경쟁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없는 시장을 만든다"

듀셀은 지난해 말 경기 안양 소재 준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공장을 인수하고 이달 2일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 상반기 중 50ℓ 배양기 2기를 도입해 대량생산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2028년까지 GMP 인증을 획득하고, 완전가동 시 국내 혈소판 연간 소요량의 10%를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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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셀이 인수한 경기 안양 소재 생산시설 전경. 듀셀

듀셀이 인수한 경기 안양 소재 생산시설 전경. 듀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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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가 진행 중이며, 누적 투자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2028년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기술특례상장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장 점유율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라며 "없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5년 후 국내 환자들이 듀셀의 인공혈소판을 실제로 쓰는 것, 10년 후에는 한국산 인공혈소판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것이 그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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