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고된 문학의 길 위에 '희망·격려·힘' 돼준 대산문학상…"고맙습니다"
2025 대산문학상 시·소설·희곡·번역 부문
상금 각 5000만원, 소나무 조각상 수여
12월5일 수상식
"예상치 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희망을 놓지 않겠습니다" "응원과 격려의 힘을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진행한 2025 대산문학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해욱 시인, 이기호 소설가, 주은길 극작가. 대산문화재단 제공
2025년 대산문학상 수상자들의 수상소감에 포함된 말들이다. 1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진행한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제33회 대산문학상 시·소설·희곡·번역 부문 수상자로 각각 ▲신해욱 시인('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이기호 소설가('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주은길 극작가('양떼목장의 대혈투') ▲김지영 번역가('Whale고래')가 선정·발표됐다.
신 시인은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저는 마감이 한참 지난 원고를 붙잡고 있었다. 몇 구절을 쓰고는 막힌 상태로 벽에 이마만 쿵쿵 박고 있는 느낌이었다"며 "얼떨떨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책상 앞에 앉으니, 신기하게도 나아갈 방향이 보였다. 그날 밤 원고를 매듭지었다. 응원과 격려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르는 반려견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은 이 소설가는 "지난 다섯 해 동안 저는 한 강아지의 이야기를 쓰느라 여러 장소와 책상 앞을 서성거렸다. 지워지는 원고가 쌓일수록, 어쩌면 끝내 완성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했다"며 "소설은, 작가 혼자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많은 사람의 작은 애정들이 모여 세상에 나오는 장르라고 믿고 있다. (중략) 조금 더 애써보겠다. 감사하다."고 했다.
2023년 동물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세로의 이야기로 희곡을 쓴 주 극작가는 "연극이 끝나고 일상의 허무함에 빠져들던 저에게 이 상은 다시 걸어갈 힘이 됐다. 죽어라 열심히 하겠다"며 "용기 있게 계속 해야할 말들을, 바뀌어야 할 세상을 무대에 올리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사정상 간담회에 불참한 김 번역가는 서면 수상소감을 통해 "여러 번 재확인했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문학이나 번역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도 않았기에 더더욱..."이라며 "수상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작품성이 뛰어난)천명관 작가의 '고래'로 수상했다는 사실만은 놀랍지 않다. 열심히 작업하고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사는 2024년 8월부터 지난해 7월 발표작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문학상은 '개성적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통찰하며 그 시대의 문학정신을 섬세히 드러내고 얽어낸 작품으로서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을 선정·시상'을 지향한다. 실제로 이번 심사에서 ▲시 부문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신해욱)는 시인의 개성적인 시적 방법론과 다각적 세계탐구가 정점을 이뤄 독자로 하여금 밀도 높은 사유에 가닿도록 한다는 점 ▲소설 부문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이기호)은 동물을 매개로 문장 속에 삶을 관통하는 통찰을 유머러스하게 담아 독자에게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 ▲희곡 부문 '양떼목장의 대혈투'(주은길)는 경계를 쉼 없이 넘나드는 언어의 역동적 리듬으로 한국 희곡의 새로운 지형이 구축되고 있음을 확인케 한다는 점 ▲번역 부문 영역 'Whale(고래)'(김지영)은 원작의 독특함과 대범함을 번역자가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강렬한 독서체험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엔 여러 이색 기록이 많이 탄생했다. 먼저 1994년생 주은길 극작가(31)는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은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자인 이승우(당시 34세) 작가였다. 이기호 소설가는 2003년 대산창작기금(10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당시 상금을 종잣돈 삼아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 제게 대산은 빛과 소금 같은 존재"라며 웃어 보였다. 김지영 번역가는 2002년 대산문학상 수상자인 유영란 번역가에 이어 모녀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시상식은 오는 12월5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31층 모짤트홀에서 열린다. 부문별 상금은 5000만원이며, 각 수상자에게는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작품 '소나무'가 수여된다. 수상작은 재단의 2026년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해외에도 번역 출간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