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욕망에 빠져 평생 업적 무너뜨린 이들
진보·보수 가릴 것 없는 본질적 문제로 대두
권력의 무게 모르면 결국 국민 삶만 힘겨워져

[시시비비] 공적 마인드,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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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선거라는 건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습니까."


2021년 10월25일 있었던 일이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선거를 패밀리 비즈니스에 비유했다. 기자들의 취재 공간에서 전한 말이다. 아내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와 장사 냄새가 물씬 풍기는 패밀리 비즈니스는 과연 어울리는 조합일까. 평소에 정치를, 선거를 그리고 공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4년 전의 발언이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당시 표현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금 그의 삶을 옥죄는 덫이 되고 말았다.


당시 사건을 되짚어보는 이유는 '공적 마인드(Public mind)'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공직자라면 권력의 무게를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사적 이익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은 마음껏 누려도 되는 욕망의 수단이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절제해서 사용해야 하는 도구다. 공적 마인드가 부족한 이들이 과분한 자리를 차지하면 결국 탈이 난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채 행동하면 국민의 삶이 힘겨워진다.

한국 사회 상층부를 이루는 고위 공직자들은 국민이 믿고 맡겨도 될 공적 마인드를 지닌 이들이었을까. 12·3 비상계엄은 우리 사회 엘리트를 자처했던 이들의 부끄러운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적 욕망의 늪에 빠져, 평생의 업적을 스스로 무너뜨린 이가 하나둘이 아니다. 진보나 보수, 어느 특정 세력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게 본질적인 고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 기용됐던 오광수 변호사를 둘러싼 최근 의혹은 곱씹어볼 만한 사례다. 오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8기로 이재명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다. 대구지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 법조인이다.


초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하마평이 나올 때부터 논란이 이어졌다. 검찰개혁을 수행할 적임자인지에 관한 의문이었다. 여러 논란에도 그를 기용한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 믿음이 반영된 결과다.


"오광수 수석은 검찰 출신으로 뛰어난 추진력과 인품을 두루 갖추어 검찰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월8일 민정수석 발탁 배경을 전하면서 검찰개혁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누구보다 더 충실하게 국정철학을 수행하는 대통령 참모로 남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차명 부동산 의혹이 번지면서 발탁 5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최근 오광수라는 이름이 다시 뉴스 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민중기 특검의 수사 대상인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변호인단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검의 전방위 수사가 이어지면서 힘 있고, 돈 많은 인사들이 이재명 정부 쪽과 인연이 있는 법조인을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은 서초동 주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통령실 민정수석 타이틀을 지닌 오 변호사 몸값은 어떠했겠는가. 통일교 측이 그를 변호인단으로 모신 이유는 전관예우 기대와 무관할까.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은 오 변호사는 결국 한 총재 변호인 역할을 사임했다. 처음부터 예정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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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인드가 결여된 이에게 과분한 자리를 맡기면 결국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정치문법은 또 하나의 실증 사례를 추가했다.


류정민 정치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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