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아시아금융포럼 기조연설 "트럼프 관세 충격 세계 경제 악화시켜"
내년 11월 전에 관세 전쟁 끝낼 가능성 있어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금융포럼(Asisn Financial Forum 2025)'에 참석, '트럼프 관세와 세계 및 일본경제' 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5.21 조용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지속되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전세계 주요국의 경기침체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경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경기침체와 지지율 하락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가을 전에 관세율을 크게 내릴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됐다.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Kiuchi Takahide)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5 아시아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부과가 공급망을 교란하고 가계와 기업의 수요를 감소시켜 미국은 물론 일본과 한국 등 전세계 경기를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정책심의위원(금통위원)을 지낸 일본을 대표하는 거시경제 전문가다. 그는 미국의 현재 관세 정책 하에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관세 부과 이전에 비해 0.92%, 일본은 0.4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계 GDP는 0.3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당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평균 관세율을 145% 부과하기로 했지만 협상을 통해 일시적으로 30%로 낮췄다. 주요국에 대한 기본관세 10%는 유지하기로 했다.
관세 충격으로 인한 GDP 감소는 세계 경기침체 확률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40%까지 올라가고 일본의 경기침체 확률은 50%에 달할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다면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물론 금융위기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금융포럼(Asisn Financial Forum 2025)'에 참석, '트럼프 관세와 세계 및 일본경제' 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5.21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뿐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도 다른 나라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미국 국채 구매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환율 조정 정책을 사용할 수도 있다"며 "이는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당시보다 더 미국 우선주의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의 고관세 정책을 장기간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내에서 경기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내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공화당에 대한 역풍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전에 관세 전쟁을 끝내고 싶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관세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나라로 일본을 꼽았다. 미국이 현재 일본에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의 품목별 관세와 10%의 상호 관세는 일본의 GDP를 총 0.46% 감소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90일간의 관세 유예 기간 이후 24%의 상호 관세가 재적용될 경우, 이는 부문별 관세와 합쳐져 일본의 GDP를 0.81% 감소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일본이 큰 양보를 피하면서 내년까지 끈기 있게 협상을 지속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의 미국과의 관세 협상 정책에도 참고할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일본이 관세 전쟁의 위기를 넘기고 경제를 다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생산성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행의 과도한 완화적 통화 정책은 엔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초래해 소비를 위축시켰다"며 "일본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는 파격적인 완화적 통화 정책이 아닌 구조 개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노동 시장 개혁을 통해 노동 생산성을 향상하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며 "특히 도쿄의 과도한 인구 집중으로 인한 인프라 불균형 해소 역시 일본 경제 효율성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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