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똑똑한 '젊은 고령층' 대두
일할 사람은 늘었는데 수요는 부족
"일하는 방식의 고령화 해결 필요"
임금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 함께 추진
계속고용 필요…정년 연장 신중 논의
"청년 고용 살펴야 고령화 대응 성공"
연공서열 임금 체계와 경직된 고용 보호가 우리나라 고령 노동 수요를 제약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연공서열 혜택을 받는 고령자 퇴직 확률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중장년 근로자의 임금 유연성을 높이면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고, 일본식 계속고용(재고용)을 추진하되 정년 연장은 점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15일 세종시 KDI 대회의실에서 열린 KDI-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서 세션 발표를 하고 있다. 김평화 기자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15일 세종시 KDI 대회의실에서 열린 KDI-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서 '새로운 고령 인구, 이에 대응하는 노동시장의 변화' 주제로 세션 발표를 했다. 이번 행사는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 빈곤과 고령층 노동 시장 현황을 진단하고 효과적인 정책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한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과거와 달리 '젊은 고령층(Young Old)'이 대두하면서 이전 세대보다 오래 살고, 학력 수준도 높은 특성을 보인다고 짚었다. 최근 고령층의 경제 활동이 임금 근로 위주이고 화이트칼라 비중 상승하는 등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는 설명도 했다. 특히 이 같은 변화가 여성 고령층에게서 더 두드러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의해 인구 고령화가 일어나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강하게 오래 사는 세대가 등장하는 것은 경제에서 숙련 인력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기에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의 부정적 영향이 50~60세 이상 생산성 증가로 대부분 상쇄가 가능하다"는 언급도 했다.
다만 "젊은 고령층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려면 노동 시장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재직한 직장에서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고, 높은 근로 의지에도 노동 수요 부족이나 건강 악화 등으로 조기 퇴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재취업 단계에서 약 40%는 10인 미만 사업장에 가거나 기존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했다.
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고령 노동 수요가 낮은 배경으로 연공서열 임금 체계와 경직적인 고용 보호 제도 등을 꼽았다. 그는 "연공서열이 고령층 근로자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경기 상황이 악화하면 양날의 검과 같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기업이 어려워지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시행하는데, 연공서열 혜택을 받는 사람을 우선 퇴직 유도 대상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는 입사 역순으로 정리해고를 시행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라며 "국내에선 연공서열 임금 체계를 전제로 했을 때 장기 근속자를 우선 해고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고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살펴보니 국내 지역의 경기 상황이 악화했을 때 고연령자가 더 많이 퇴직하는 확률이 높았다"라고도 했다.
한 연구위원은 또 "고령 노동 수요가 낮은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정규직 노동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등적으로 고용 보호가 적용되고 있는데, 고용주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고령자를 활용하고 싶어도 이들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 여러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15일 세종시 KDI 대회의실에서 열린 KDI-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서 세션 발표를 하고 있다. KDI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법적 정년 역시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연구위원은 "정년이 고용 보호 상한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선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굉장히 무거운 역기를 드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 "인력난이 있는 중소기업이나 블루칼라 직군은 정년이 의미가 없고, 대기업이나 화이트칼라 직군에서 정년이 의미가 있는데 사실 이곳은 인력난보다는 일자리난이 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위원은 "2016년에 60세 이상 정년을 도입했는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정년을 의무화했을 때 수혜 대상 5명 중 3명이 실제 고용 연장이 되는 효과가 있었고, 이때 한 명 정도의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고도 했다. 그는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청년 일자리 감소 효과가 없었지만 1000인 이상 사업장으로 갈수록 수치가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이 같은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단기적인 정책 과제로 "중장년층 근로자의 임금 유연성을 높이면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임금 유연성을 통해 경영상 해고를 최소화하고, 임금 유연성을 수락하는 직군이나 근로자를 상대로 고용 안정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지다.
그는 또 "고령 비정규직을 사용할 경우 계약 종료 수당을 지급하는 식으로 시장 친화적인 고령 비정규직 보호를 할 수 있다"며 "계약 종료 수당은 계약을 연장했을 때 면제하는 방식으로 유도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정년 이후 고용 안정을 위해 일본식 계속고용(재고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했다.
한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인 과제는 인구 고령화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고령화 문제"라며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가는 투자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정년 연장은 노동 시장 이중구조 개혁과 연계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년 일자리 충돌 우려와 관련해서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청년 고용이 불리한 환경이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가야만 인구 고령화 대응 과정에서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중고생 애들 학교는? 집은 어쩌나"…해수부 부산행에 직원 86% 반대하는 이유[관가 in]](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5061310470097193_1749779220.jp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