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시비비]이재용 '사즉생'과 립부탄의 '엔지니어링 퍼스트'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시시비비]이재용 '사즉생'과 립부탄의 '엔지니어링 퍼스트'
AD
원본보기 아이콘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새 수장에 오른 립부탄 최고경영자(CEO)는 업계에서 ‘반도체 거장(Semiconductor Titan)’으로 통한다. 그의 성(姓)인 ‘탄’의 운율에 맞춰 ‘타이탄(Titan)’을 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반도체 업계에서 이룬 성과를 고려하면 이런 별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가 ‘반도체 거장’ 타이틀을 얻은 건 2009년 반도체 디자인 기업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Cadence Design Systems)의 CEO를 맡으면서다. 케이던스는 미국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로, 집적 회로(IC), 시스템온칩(SoC), 인쇄회로기판(PCB) 등의 설계가 주요 사업이다. 탄 CEO가 이 회사에 취임했을 때는 상장폐지 직전이었다.

탄 케이던스 CEO가 업무에 착수한 이후 먼저 손본 건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었다.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새로운 사업을 선보이고 애플 등 거대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그는 2021년까지 근무했는데, 회사 주가는 상장폐지 위기에서 3000% 이상 올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만 TSMC 회장인 모리스 창은 2016년 한 세미나에서 탄 CEO를 가리켜 "그가 케이던스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도체 대가가 인정한 탄 CEO의 역량은 구조조정과 동시에 기술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한 점이다. 그는 케이던스 합류 전 스타트업 투자와 다국적 벤처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스타트업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조직을 줄여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게 만든 후 새로운 비즈니스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과거 그의 CEO 행보가 주목받는 건 새롭게 이끌게 된 인텔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세계를 호령했던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재진출한 이후 존재감을 잃었다. 최근엔 더욱 심한 위기에 몰려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10권 밖이다.

탄 CEO는 인텔의 목표를 ‘엔지니어링 퍼스트’ 기업으로 정했다. 목표 달성 시점은 일 년 후로 잡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속도를 높이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며 변화를 독려했다.


탄 CEO가 부임한 직후 인텔은 TSMC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넘어선 1.8나노 공정으로 내년 초부터 CPU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구조조정 이후 기술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다.


인텔의 변화는 파운드리에서 경쟁 관계인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사는 현재 동병상련의 처지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선점으로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탄 CEO의 ‘엔지니어링 퍼스트’ 목표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와도 상통한다. 이 회장은 최근 임원 세미나에서 ‘사즉생’이라는 고강도 메시지를 내면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했다. 기술만이 경쟁에서 이길 유일한 무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목표를 일 년 안에 달성하겠다고 했다. ‘초격차’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기술력 복원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최일권 산업IT부장 igchoi@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