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협회 "정책적 관심·지원 절대적으로 필요"
# 태어난 지 1년7개월 된 A군의 부모는 지난달 경기 의정부의 한 소아청소년병원을 찾았다. 24주 만에 조산아로 태어난 A는 극소 저체중 출생아로,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장기와 신체가 약했다. 특히 심한 기관지폐형성이상이 있어 가벼운 감기에만 걸려도 중증 폐렴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았다. 하지만 몸이 약하다 보니 감염에 극도로 취약해 1인실을 사용해야만 했고, 입원할 때마다 약 100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결국 A군은 병원 퇴원 후 사흘 만에 감기로 또다시 입원해야 할 처지였지만, 그 뒤로는 외래 진료조차 오지 않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만성질환 환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소청병협)를 비롯한 의료계 내부에서 쉼 없이 제기되고 있다. 만성질환 환아의 특성상 기존 산정특례 제도만으론 아이를 돌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청병협 측은 "만성질환 환아의 경우 본인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고통받는다"면서 "보다 확대된 정책 개발과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만성질환 환아란 주로 선천적이거나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가진 아동을 뜻한다. 만성질환으로 평생 투약을 해야 하거나 성장하면서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잦다. 신체 자체가 약해 좋은 상태를 유지하다가도 갑작스레 위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병원을 자주 찾게 되지만 이미 만성질환을 앓고 있기에 일반적인 보험 가입조차 어렵다.
정부는 이런 만성질환자를 위해 산정특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아 특성상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산정특례 제도는 중증질환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산정특례 대상자가 되면 진료비와 약제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통상 20~30% 수준인 외래 및 입원 진료비와 대상 약품의 본인부담률이 5%로 줄어든다. 다만 비급여 항목과 간병비 등은 지원되지 않는다.
최용재 소청병협 회장은 "만성질환 환아와 보호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인 상황"이라며 "지금도 많은 만성질환 환아들이 경제적 부담 등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산정특례 적용 범위 확대 및 본인부담금 상한액 조정과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원 강화, 간병비 지원 등이 개선돼야 한다"며 "특히 1인실 사용이 불가피한 극소 저체중 출생아 및 중증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1인실 비용 감면을 적용할 수 있도록 격리병실 정책 확대 또는 별도 지원 정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심리 상담과 사회복지 서비스도 필요하다. 최 회장은 "만성질환 환아 상당수가 신생아나 영유아인 관계로 입원 시 간병비를 비롯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가정이 파탄 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환자의 가족은 정서적, 육체적으로 지치기 쉽고, 사회활동이 제한되며 우울감이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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