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마다 골목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착한 선결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식당, 카페, 미용실 등에 일정 금액을 먼저 결제한 뒤 나중에 방문하는 방식이다. 현재 부산, 광주, 대전, 전북, 창원, 김해, 양산 등에서 시행 중이고 일부 지자체도 검토 중이다. 추진경로는 대체로 지자체와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공공기관 등이 먼저 참여하고 지역기업, 지역민으로 대상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지자체마다 특색도 있다. 부산은 ‘부산형 착한결제 캠페인’을 통해 매주 민간기업의 착한결제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최금식 선보공업 회장이 첫 주자가 돼 식당에 선결제했고 다음 주자로 박동호 화승네트웍스 대표를 지목했다. 대전시는 이달부터 시청 구내식당 휴무일을 월 1회(마지막 금요일)에서 월 2회(둘째·넷째 수요일)로 확대 운영한다. 구내식당이 쉬면 시청에서 근무하는 2000여명의 직원이 인근 식당을 이용하게 된다. 전북도는 직원 송별회, 환영회, 정기회의 등 예측할 수 있는 일정에 따른 식사 비용과 사무 비품, 임차료 등을 선결제하기로 했다.
착한 선결제 캠페인은 2020년 시작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주도했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가 214개 식당·7700만원, 11개 공공기관이 622개 식당·1억7200만원을 선결제했다. 업소당 평균 30만원꼴이다. 경제단체와 대기업, 금융권, 항공, 여행업계, 문화예술, 연예계 등 민간으로 확산했다. 2020년 4월27일부터 5월26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캠페인에서 신한은행은 15억원을 전국 영업점 인근 점포에 선결제했고 국민은행·우리은행·OK저축은행도 동참했다. 포스코가 협력사 89개사와 포항·광양지역 전통시장을 찾아 선결제에 참여했다.
자영업자들은 지금이 코로나19보다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지표를 봐도 그렇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카드대란이 있던 2003년(-3.1%)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23년에만 98만6000명의 사업자가 문을 닫았다고 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라고 한다. 지금의 착한 선결제 캠페인은 일부 지자체 중심이다. 예전처럼 중기부나 경제단체, 민간기업 등으로 확산하지 않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미증유의 위기를 가져왔다. 무너진 경제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했고 선결제 캠페인 참여도 그중 하나였다"면서도 "지금은 소상공인·자영업뿐만 아니라 경제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 모두가 위기다. 정부나 지자체가 요청하면 검토하겠지만 당장에 적극적인 참여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결제는 위험부담이 있고 번거롭고 효과도 크지 않다. 선결제는 신용카드로 이뤄지는데 결제시점과 물품·서비스 제공시점이 불일치한다. 카드깡(선결제 후 현금을 돌려받는)이나 꼼수(불필요한 지출) 등 부작용이 있다. 선결제 한도 안에서 써야 하고 이용 내역 및 잔액 관리 등도 신경 써야 한다. 점심값 1만원 시대를 넘으며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비명이 나온다. 식대를 올려주는 게 더 낫다는 말도 나온다. 지갑이 닫혔다고 하지만 지갑을 열어도 쓸 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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