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 뱀의 해다. 지혜, 풍요, 불사를 상징하는 뱀은 십이지 동물 중 상상의 동물인 용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털과 발이 없는 동물이다. 우리 문화에 숭배와 질시를 동시에 받아왔다.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업구렁이로, 영생불사(永生不死)의 수호신으로,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두려운 동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중적 이미지는 우리 국토의 지명에도 반영돼 나타나고있다.

전남 고흥군의 사도와 와도. 전남도 제공

전남 고흥군의 사도와 와도. 전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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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개 지명 중 뱀 관련 지명은 208개

국토지리정보원은 12년 전인 2013년 당시 계사년(癸巳年)을 맞아 뱀과 관련된 지명을 분석했다. 당시 150만여 개의 지명 중 208개가 뱀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가 41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경상북도 32개, 경상남도 31개, 전라북도 27개, 경기도 14개, 충청북도 11개, 강원도 10개, 제주도 6개, 인천 3개, 광주 2개, 대구 2개, 대전 1개 등이었다. 서울은 없었다. 대체로 남부 지방에 뱀 관련 지명이 많이 분포하는 것은 농경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명의 종류별로는 마을 명칭이 157개로 가장 많았으며, 섬의 명칭이 15개, 고개와 산의 명칭이 14개 등으로 나타났으나 지명의 유래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하면 뱀 관련 지명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자별로 살펴보면, ‘사동’이라는 지명이 경상북도 경산시 동부동의 마을 이름을 비롯해 전국에 15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뱀골’이 10개 순으로 나타났으며, 이밖에 지역에 따라서는 뱀을 ‘배암’, ‘비암’, ‘배염’ 등으로 불림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지명으로 남아 있었다.

경남 함안군 장사골 전경.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경남 함안군 장사골 전경.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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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주로 많고 서울은 없어…뱀 많이 나오고 뱀 모양 지형서 유래

뱀 관련 지명중 뱀의 모양과 관련된 지명이 전체의 137개(65%)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있는 ‘장사도’처럼 전체적인 모양이 기다란 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 72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뱀 모양 닮은 꼴로는 강원도 춘천군 서면 안보리의 뱀길이(1989.3.30.고시)마을은 마을에 있는 골짜기가 뱀모양처럼 생겼다고 하여 뱀길이라고 부르고 있다.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 사도리 장사골(1961.4.22. 고시)은 마을 앞이 긴 뱀과 같이 생겼다 하여 장사골이라 한다.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오취리 비사도(1961.4.22. 고시)는 옛날 비사(飛巳, 나는 뱀)가 날아와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와 비사도라고 불린다.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사곡리 사두섬(1961.4.22. 고시)은 섬 모양이 뱀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사두섬이라 한다.

뱀의 모양을 묘사한 지명 중 뱀이 개구리를 쫓아가는 지형인 ‘장사추와형(長蛇追蛙形)’은 먹을 것이 풍부한 좋은 터로 풍수지리가들이 일컫는 명당의 하나로 전라남도 고흥군 영남면의 ‘사도’, 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읍 신성리 ‘사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라남도 고흥군 영남면에는 개구리처럼 생긴 와도(蛙島)라는 섬과,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해 건너가는 모습의 형태를 가진 사도(蛇渡)라는 섬이 장사추와형 형태의 지형으로 풍수지리가들은 뱀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명당자리로 인식하고 있어 그 곳에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춘천 서면 안보리 뱀길이마을.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춘천 서면 안보리 뱀길이마을.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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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나온다 전설서 유래…사악한 존재로도 묘사

뱀의 출현 설화와 관련된 지명도 있다. 경주시 남면 구암리의 마을 이름 ‘구뱀이’는 귀가 달린 뱀이 나왔다 해 유래되었으며,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금계리 ‘구수재’는 아홉 마리 구렁이가 재를 못 넘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뱀이 공포의 대상으로 유래된 지명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김녕사굴’, 천안시 직산읍 상덕리 ‘덕령’ 등으로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뱀이 기어가는 모습과 같다는 제주 김녕사굴. 비짓제주 제공

뱀이 기어가는 모습과 같다는 제주 김녕사굴. 비짓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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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김녕사굴(‘03.8.23 고시)은 총 길이가 705m이며 모양이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과 흡사한 꾸불꾸불한 동굴의 형태 때문에 오래전부터 김녕사굴(金寧蛇窟)로 불리어 왔다. 조선시대 중종 때 서린이란 사람이 19세의 어린 나이에 제주판관으로 부임하였다. 본래 동굴 속에는 커다란 구렁이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구렁이는 해마다 어린 처녀를 재물로 바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게 하는 등 온갖 변괴를 부려 마을 사람들의 폐해가 엄청났다. 그러자 서린 판관이 군사들을 이끌고 가 구렁이를 퇴치하였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지리산 뱀사골 계곡은 여러 설 있어

이외에도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고풍리 ‘장사동’은 마을이 큰 구렁이의 모습을 닮았는데,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는 뱀의 영생불사(永生不死)의 속성을 반영하여 그 지역 주민은 장수한다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전남 고흥군 동강면 한천리 ‘뱀골고개(뱀골재)’ 는 고개를 넘을 때 악한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큰 뱀을 만난다고 하여 뱀을 지혜로운 존재로 생각했음을 지명에서 알 수 있다.

지리산 뱀사골.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지리산 뱀사골.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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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뱀사골도 유명하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 반선리의 지리산 골짜기에 있는 계곡인데 계곡의 길이가 12㎞에 달하는 이 계곡은 계곡 전체가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백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소, 그리고 맑은 물과 수목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어 문자 그대로 벽계수(碧溪水)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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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여러 설이 있다. 옛날 이곳에 배암사라는 절이 있어 배암사골이라고 부르던 것이 뱀사골로 바뀌었다는 것이고 가장 많은 설로는 이곳이 지리산에서 가장 뱀이 많이 잡히는 곳으로, 전국에 유명한 뱀의 산지로 뱀사골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뱀이 죽은 골짜기라는 설도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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