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발표 전문가 평가
"선도지구별 집값 상승 차이 날 것"
"자금 여력·재초환, 사업속도 변수"
"전월세 시장 불안 우려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발표한 것을 두고 시장 불확실성 증대를 우려했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간 집값 격차가 커지고, 이주대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월세 시장이 더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성 높은 분당·평촌 집값 상승"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주민 동의율과 공공기여 비율 등을 바탕으로 선정한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 선도지구를 발표했다.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내 13개 구역, 3만6000가구 규모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단지의 가격 상승을 예측하면서도 사업성에 따라 편차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선도지구 선정 단지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며 "다만 사업성과 연계해 선도지구 내에서도 온도 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선도지구를 선정한다는 얘기가 돌 때부터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알려진 분당과 평촌만 집값이 오른 점에 주목한 전망이다. 현재도 나머지 신도시의 주택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선도지구를 준비하다가 안 된 곳은 가격이 오른 만큼 빠질 수 있다"며 "경기도가 남부와 북부가 갈리듯 선도지구도 분당, 평촌과 다른 신도시의 집값 상승이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성이 높지 않은 곳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업무시설을 지역에 따라 공급하는 복합개발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사업 속도는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이 좌우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라며 "부촌 중심으로 속도가 빨라질 여지가 크고, 이 경우 지역적·국지적 양극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재초환)도 변수로 꼽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은 수익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내년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건축비 상승이 안정화하면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 의지와 달리 재초환이 폐지되지 않으면 사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 수요 감당 어려워…전월세 가격 더 오를 것"
주택 공급 확대 등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권 팀장은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공급 효과가 클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도 "정비 사업으로 입주 가능한 공급 물량이 충분히 나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고 짚었다.
특히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전월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1기 신도시에는 대형 평형에 사는 고연령자가 많아 아무 데나 억지로 지정해서 이주시킬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대규모 이주 시작하면 서울이나 인근 입지로 가려고 할 텐데 전세사기 등으로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가율 상승과 갭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3만가구가 넘는 물량의 이주 시기가 2027년 겹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이주대책을 철저히 세워 전월세 가격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 단기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임대주택 공급이나 공가 활용,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1년 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 조율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토부는 이주대책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재건축 이주민만을 위한 단지나 주택은 짓지 않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신도시별 기본계획은 경기도가 차질 없이 연내 승인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다음 달에는 유휴부지 개발, 영구임대주택 순환 정비 등의 이주대책과 광역교통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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