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직접 가담해서 행동할 필요 없어"
"우크라 방어능력 갖추도록 보충 필요"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줄 왼쪽부터 여덟 번째)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 출범'에 참여한 G20 각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결정한 데 대해 "미측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미 제공한) 에이태큼스의 사거리를 늘려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할 것임을 우리 측에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에이태큼스 사용 승인 정보를 사전에 공유받았냐는 질의에 "미국이 결정하면 미리미리 알려온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언론에 밝힐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설명드릴 계제가 아니다"면서 "우리나라가 직접 이 문제에 가담해서 행동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미국의 결정을 공유받은 정도"라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북한이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협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보충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국,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이 문제를 앞으로 더 잘 들여다보고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무기지원 아직 결정된 바 없어"
다만 구체적인 무기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나토와 바이든 정부가 하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특사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본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 간 필요한 무기 체계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상정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고 구체적인 토의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전망과 우리 정부 전략을 묻는 질의에는 "평화 협정을 맺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현재 점령해놓은 영토가 어디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말이 오기 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정책 문제가 아니다"며 "남은 불예측성이 다가오기 전에 두 달 정도 사이 전투가 더욱 격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는 만큼 한국도 우방국들과 함께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정보를 공유하며 판단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 출범'에 참여한 G20 각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ihong@yna.co.kr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한중 외교기조 변화 없어…실리외교 전환 아냐"
아울러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최근 변화가 감지되는 한중 관계에 대해서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외교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브라질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미국·중국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두고 '외교 전략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가'라는 기자 질의가 나오자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의 전략은 한 번도 바뀐 적 없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한중 정상이 2년 만에 회담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유력해지면서 한미동맹 중심의 '가치 외교'가 '실리외교'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는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의 전략은 한 번도 바뀐 적 없다"고 언급한 이 관계자는 "우리는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인데 하나는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투명성이 강하고, 일관되며, 예측 가능한 파트너를 찾다 보니 우연히 그러한 나라들이 자유 가치와 민주주의 경향을 띠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한중 관계 전략에 대해 "우리나라는 한중관계를 항상 신경써 왔고, 고위급 협의와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당 중심의 일사불란한 사회주의적 결정 프로세스를 지니고 있는 나라여서 위에서 결정하면 그만큼 신속히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간의 고위급 대화가 활성화되는 게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했다.
시진핑 한국 향한 유화 제스처…해빙모드 시사
대통령실은 "한중 외교 전략은 변함이 없다"고 원론적인 답변에 나섰지만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를 맞아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대중 외교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지난 1일 중국 정부가 관광·비즈니스 등의 목적으로 최대 15일까지 비자 없이 중국에 체류할 수 있는 '일방적 무비자 정책' 대상국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것은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뤘던 '주한중국대사'를 내정하면서 한국을 향한 유화 제스처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그간 북한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도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내년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라는 점도 한중 관계의 해빙모드를 시사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월 이후 고위급 대화가 빨라지고, 잦아지고, 또 깊어졌다는 것은 고무적이고 앞으로 양국이 자유무역 협상, 통상협력, 인적·문화적 교류 등에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우데자네이루=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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