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호프' 칸영화제서 7분 기립박수
할리우드 배우 기용…속편 염두 둔 세계관
기술적 완성도 논란에도 상업성 확인

'추격자(2008)', '황해(2010)', '곡성(2016)'의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SF 액션으로 돌아왔다. 19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공개된 '호프'는 외계인 침공을 다룬 대작이다. 한국 영화 사상 최다인 제작비 500억원이 투입됐다. 상영 뒤 7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상업적 가능성은 확인했다. 다만 시각효과 품질 논란 등으로 황금종려상 수상까진 어려워 보인다.


영화 '호프' 출연진과 나홍진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영화 '호프' 출연진과 나홍진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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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감독에게 SF 액션은 처음이다. 그동안 치밀한 연출과 날 선 편집으로 수준급 스릴러를 연출해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인간이 왜 폭력을 탐닉하고 전쟁을 반복하는지 알고 싶다"며 "'곡성'에서 종교로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우주다. 자연스럽게 외계 생명체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영화는 약 50분 동안 외계인을 보여주지 않다가 다양한 장르를 섞어 추격전을 펼친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강렬한 스릴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고 극찬했다. 다수 관객도 "2015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뒤 칸에서 가장 격렬한 액션"이라며 반겼다. 나 감독은 "고전적이고 원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특수효과를 쓰되 연기는 진정성 있고 전통적이어야 했다. 최상급 배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캐스팅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샤 비칸데르 부부다. 비칸데르는 2010년 주연작 '퓨어'로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에 매료됐다. 그 뒤 '곡성'에 강렬한 인상을 받아 외계인 역할 제안을 수락했다. 나 감독은 "부부를 묶어서 섭외한 게 아니다. 한 명씩 열심히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호프' 스틸 컷.

영화 '호프'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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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연기한 외계인 언어는 고대 몽골어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배우들은 녹음본을 반복 청취하며 음절 하나하나를 익혔다. 패스벤더는 "녹음을 듣고 따라 하는 식으로 연습했다"며 "사실 꽤 쉬웠다. 충분한 준비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언어가 다른 목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한국 배우들은 운전과 총기를 훈련받았다. 정호연은 "액션 장면이 처음이라 두려웠지만, 제작진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줬다"며 "이렇게 긴 준비 기간을 가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황정민은 "보이지 않는 생명체에 반응하는 연기가 새로웠다. 실제 인물이었다면 힘들었을 텐데, 미지의 존재라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칸에서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캐나다 매체 스크린 랜트는 "논스톱 액션과 화려한 스턴트가 압도적"이라고 호평했다. 미국 웹사이트 월드 오브 릴은 "10년 뒤 21세기 최고 액션 영화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샤 비칸데르 부부. UPI연합뉴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샤 비칸데르 부부.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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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평가도 만만찮다. 미국 언론 버라이어티는 "유쾌하지만 산만하고 과도하게 길다"고 지적했다. 특수효과의 완성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미이라 2(2001)' 뒤 최악의 크리처 효과"라고까지 혹평했다. 나 감독은 칸영화제 상영을 위해 후반작업을 서둘렀다고 전해진다. 여름 개봉 전까지 특수효과와 음향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각종 논란으로 황금종려상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칸영화제 개막 전 베팅 사이트에서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공개 뒤 크게 밀린 상태다. 인디와이어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심사위원단이 상을 줄 수도 있지만, 젊은 관객과 박스오피스에 더 어울린다"고 분석했다.


영화는 올가을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 6년간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모두 맡은 네온에서 배급한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못잖은 스릴을 선사하는 만큼 기존 한국 영화와는 다른 흥행을 기대한다.


영화 '호프'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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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성공하면 '호프'는 속편 개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나 감독은 "이미 시나리오를 썼고, 기회가 되면 촬영하고 싶다. 이번 영화 자체로도 완결성이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로 넓히고 싶다"며 "전체 세계관으로 보면 이번 작품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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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릴러의 문법을 세계 SF 액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해 국제적 규모의 이야기를 구축하고, 속편을 염두에 둔 세계관으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기술적 완성도 논란에도 폭력과 생존이라는 보편 정서를 새로운 규모로 풀어내려는 야심 찬 도전이 막 시작됐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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