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수사당국의 칼끝이 우리금융지주 및 은행의 현(現) 경영진을 향하고 있다. 현임 은행장의 임기가 올 연말 만료되는 가운데, 수사·감독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 과정도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연말 만료되지만 아직 차기 CEO 선임과 관련한 공개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임기 만료 한달 전, 즉 이달 말에는 최종 행장 후보자 추천이 완료돼야 한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첫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 회의를 연 이래 지금까지 로우키(low-key)로 선임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22일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만큼 그 무렵 자추위 논의 방향도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첫 자추위 회의 직후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공개하고 속도감 있게 인선 작업을 진행한 지난해와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원덕 전 행장의 사의 표명 이후 진행된 지난해 인선 과정에선 3월 24일 첫 자추위 회의 직후 롱리스트가 공개됐고, 약 두 달 후 최종후보군(숏리스트)가 공개되고 최종 후보(조 행장)를 선임하는 등 속도감 있게 인선 절차가 진행된 바 있다.
우리금융이 차기 행장 인선에 로우키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론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의 여파가 꼽힌다. 당장 전날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과 사후 조치와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 행장의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앞서 우리은행 본점, 선릉금융센터, 사건 관련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는데, 이번 추가 압수수색으로 수사의 칼끝을 사실상 현임 경영진으로도 돌린 것이다.
특히 조 행장의 경우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진다. 조 행장은 취임 후 대출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보고의무 위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당국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7일부터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1주 연장키로 했다. 우리금융으로선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으로 지난 6월 현장검사, 8월 재검사, 10월 정기검사에 이어 이번 연장까지 약 5개월간 감독 당국의 검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그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신속히 제공하는 등 검찰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수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수사·감독당국의 칼끝이 현 경영진을 겨누면서 이번 행장 인선 과정의 최대 관심사인 조 행장의 연임 가도엔 적신호가 켜졌단 분석이 적지 않다. 설상가상 내부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해서다. 올해 들어 네 번째 금융사고다. 내부통제 강화를 거듭 거론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임 회장의 경우도 아직까진 양론이 나뉘고 있다. 일각서는 임 회장의 거취 문제는 일단락됐단 해석을 내놓는다. 임 회장 본인부터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사퇴 문제에 선을 그으며 우리금융의 조직문화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 회장 문제는 사실상 교통정리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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