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빌려 오픈AI 투자 확대
오픈AI 기업공개 실패시 유동성 위험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있더라도 오픈AI의 주식을 매수해야할까?"
소프트뱅크 그룹의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은 현재 이런 투자를 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달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1220억달러(약 180조원)를 모금했다. 이어 올해 말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대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이에 오픈AI의 최대주주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는 3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지난해 오픈AI에 300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재무상태가 매우 열악해질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크레딧사이츠(CreditSights)의 추산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향후 2년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로봇업체인 ABB의 산업용 로봇 사업부를 54억달러에 인수하는 투자 계약 등에 자금을 써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종 투자 및 만기 채권 자금을 갚기 위해 필요한 전체 필요 자금은 555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유동성 공급을 통해 유입이 기대되는 자금은 234억달러에 불과한 상황이다. 필요자금 대비 유입자금을 제하고 나면 약 321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프트뱅크는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악화를 막고자 최근 은행들과 400억달러 규모의 브릿지론(Bridge Loan·사업 초기 임시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1년 후 만기가 도래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벌써 신용시장에서는 손 회장이 회사의 현금흐름을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자산 중에서는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홀딩스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지분 87%를 쥐고 있는데, 이는 약 1500억달러정도의 가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ARM의 주식 유통량이 적기에 이를 담보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RM을 담보로 한 마진대출(Margin Loan)을 늘릴 경우, 약 50억달러 정도만 추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담보대출비율(LTV)을 20%로 가정했을 때의 추정액이다. 그렇다고 ARM 주식을 직접 시중에 매각하는 것은 주가 하락과 마진콜(Margin Call)을 유발할 수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방안이다.
소프트뱅크는 인텔 지분 60억달러를 포함해 매각할 수 있는 다른 자산들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 회장은 이미 지난해 오픈AI에 30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이 손쉬운 매각 대상들을 이미 처분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도 포함한다. 지난주 소프트뱅크는 36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통해 사상 최고 금리로 달러화 채권을 상환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의 현재 유동성 상황을 고려할 때, 손 회장에게 오픈AI의 기업공개(IPO)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벤처투자자로서의 그의 실적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유동성 확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상장되면 소프트뱅크는 약 11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하거나, 오픈AI 주식을 담보로 마진대출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오픈AI의 대규모 기업공개(IPO)가 곧 성사될 지 여부가 손 회장의 손에 달려있지 않다는 점은 리스크다. 시장 상황은 빠르게 변할 수 있다. 일부 초기 투자자들은 이미 오픈AI에 책정된 8520억달러 규모의 기업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픈AI를 '매우 불분명한(deeply unfocused) 회사'라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은 왜 추가 투자를 단행했을까?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소프트뱅크가 오픈AI의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중요한 핵심투자자 역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오픈AI의 투자 유치에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소프트뱅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소프트뱅크를 제외한 다른 주요 투자자인 엔비디아와 아마존은 서비스업체가 제조업체의 투자를 받아 다시 제조업체의 장비를 수입하는, 사실상의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이들을 핵심 투자자로 보기 어렵다. 투자업계에서는 실제 오픈AI를 통한 시장 수요가 얼마나 더 커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사들이 투자를 빌미로 인위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오픈AI는 엔비디아, 아마존 등의 투자금으로 다시 이들 기업으로부터 수십억달러 상당의 AI칩을 구매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제조업체가 아닌 순수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는 오픈AI의 기업가치를 계속 높여야 할 동기가 충분한 투자자라 할 수 있다. 이미 소프트뱅크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오픈AI 주식 투자만으로 약 200억달러정도 더 불었다. 오픈AI 투자 수익 예상치는 지난해 순이익에 포함됐고, 소프트뱅크는 그 덕분에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3조1726억엔,약 29조83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의 이익일 뿐이다. 손 회장은 불안정한 유동성 관리와 높은 차입 비용으로 이를 상쇄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오픈AI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때, 손 회장에게 성공적인 IPO를 보장할 재정적 여력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오픈AI의 기업가치가 정점에 달했다는 최근 평가에는 충분한 근거들이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오픈AI 투자에 대거 참여했다. 앞서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경우 투자가치가 정점을 찍고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후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손 회장이 오픈AI에 대한 과도한 투자에 나선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주식 대박 난 상위 1%만 웃네"…'3억 플렉스' 또...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SoftBank Is Going All In on OpenAI, But at What Cost?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