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
'완만한' 경기 회복세 이어져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존재
정부가 국내 경기에 대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7개월 만에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를 철회한 것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에 따른 대내외 여건 변화를 반영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는 경기 진단에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되풀이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경기에 대해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설비투자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고 표현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내수 부진의 장기화를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수부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기본적으로 내수에 대한 판단이 전달과 크게 다르진 않다”면서 “다만 전체적으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의 영향을 반영한 표현 변화에 내수에 대한 진단도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지난달에 이어 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은 유지했지만 세부적 표현에 변화를 뒀다. ‘완만한’ 이라는 표현을 추가했고,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언급을 더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 등에 따른 관세 인상 가능성 등 여건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김 과장은 “지난달 24일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반영해 경기에 대한 판단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반등은 했지만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고 통상 환경 변화로 불확실성이 있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0.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관세 정책 변화의 실현 가능성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영향의 충격 범위는 지금 상황에선 넓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북에 따르면 내수를 구성하는 주요 지표인 건설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9월 건설기성(불변)은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토목공사가 9.9% 늘었지만 건축공사 실적이 3.7% 줄어들면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는 12.1% 줄었다. 다만 9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4% 증가했다. 기계류가 17%로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운송장비는 15.1% 줄었다.
소매 판매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특히 10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9월(4.6%), 8월(4.4%)에 비해 증가율이 꺾인 것이다. 내수를 떠받치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8월 78만9000명 증가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9월(53만9000명)에 이어 10월에도 54만4000명 증가에 머물렀다.
지난 12일 KDI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전망치(2.5%)보다 0.3%포인트 낮춘 2.2%로 제시하면서, 예상보다 더딘 내수 회복세를 성장률 하향의 배경으로 꼽았다. 상품 소비를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여전히 낮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건설투자 또한 누적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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