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
트럼프 당선, 수출에 부정적 영향 커
환율이 국제수지 미칠 영향은 제한적
한국은행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우리나라 수출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내년부터 경상수지에 본격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경상수지 전망치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 국장은 7일 '9월 국제수지(잠정)' 발표 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관세,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전체적인 수출 여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거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영향은 내년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것이고 경상수지 전망치는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1400원대까지 진입한 환율이 국제수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신 국장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가격에서 품질 경쟁력으로 많이 전환된 상태이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환율이 많이 오르면 원유나 원자재를 수입할 때 수입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경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반도체 경기는 사이클상으로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기조가 유지될 거라는 게 일반적"며 "다만 품목별로 보면 범용 반도체와 첨단 반도체 간의 차별화가 발생하고 있고 나라별 반도체 산업 구조에 따라 받는 영향도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제품 간 차별화, 지역 간 경쟁 심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승철 경제통계국장과의 일문일답.
- 트럼프 당선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요인이 커 보인다고 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거라 예측한다. 내년 경상수지, 상품수지 전망치가 조정되는 것이 불가피한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통상 여건, 수출 여건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관세,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전체적인 수출 여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거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 수출에 얼마나 영향을 줄 건지는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봐야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영향은 내년 경상수지에 영향을 주겠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조사국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국에서 내년 경상수지나 상품수지 전망치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국제수지에 미칠 영향은.
▲경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통상 쪽에 많은 변화를 예상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통상 여건이나 수출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 보인다. 업종별, 품목별로도 기회 또는 위기가 오는 곳이 있다. 일반적인 분석을 보면 여건이 안 좋아질 거란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에서도 대선 결과를 가장 불확실한 요인으로 모니터링 해왔고 향후 경제전망 발표 시 이러한 부분이 반영돼 물가, 수출, 성장 쪽에 어떤 영향을 줄지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 있겠다.
- 환율 1400원대 진입이 가시화되고 부근에서 등락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환율이 국제수지에 미칠 영향은.
▲최근 환율이 다시 1400원대까지 올라서 실물경기에 주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가격에서 품질 경쟁력으로 많이 전환된 상태다. 따라서 환율의 영향이 수출 증가에 기여했던 것처럼 크진 않겠다. 다만 환율이 많이 오르면 원유나 원자재를 수입할 때 수입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국제유가 시장, 원유 시장의 영향도 봐야 한다. 환율 상승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환율이 물가나 수입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국 전망에서 더 고려할 것 같다.
- 금융계정을 보면 외국인들은 반도체 기업 실적 부진을 예상하면서 빠져나갔지만, 수출은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작년 하반기부터 통관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 GDP 성장을 주도했던 건 반도체를 포함한 IT 부문의 높은 증가세다. 최근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실적 우려가 나오면서 통관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 경상수지 흑자 규모 줄어드는 것 아니냐 혹은 성장의 하방 요인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경기를 예단해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반도체 경기는 사이클상으로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 사이클이 유지되지 않겠냐는 게 일반적으로 우세하다.
▲다만 품목별로 보면 범용 반도체와 첨단 반도체 간의 차별화가 발생하고 있다. 범용 반도체는 중국의 시장 점유율과 수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나라별로 반도체 산업 구조에 따라 받는 영향이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변경한 기업이 있는 반면, 늦은 기업도 있어서 이에 따라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달라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서버 관련된 반도체 투자는 견조한 수요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고 범용 반도체가 많이 쓰이는 디바이스 시장에서는 수요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종합해보면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제품 간의 차별화, 지역 간의 경쟁 심화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제조 업체들이 품질 개발이나 고사양 반도체로의 생산 전환 등의 노력을 하고 있어서 수출, 경상수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켜봐야겠다.
- 9월 경상수지가 큰 흑자폭을 기록한 건 수출에서 물량보단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인 건가.
▲9월 상품수지에서는 물량과 가격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설명에서 재화 수출이 감소한 이유를 설명해 드리면서 물량과 가격 부분을 나눠서 말씀드린 바 있다. 당시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사이클이 좋아지면서 가격과 물량 측면 모두 늘었는데, 3분기부터 물량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하는 조짐을 보였다. 이러한 부분이 향후 GDP나 실질 재화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격 요인과 물량 요인을 구분해서 봐야겠다는 취지였다.
- 금융계정 순자산이 126억8000만달러로 꽤 많은 금액이다. 큰 폭으로 나온 배경은.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금융계정은 2022년 10월 이후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이 많이 늘어난 건 외국인 증권투자가 마이너스인 영향과 수출이 잘 되면서 기타 자산이 늘어난 영향이다. 현금 및 예금자산이 많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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