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유지 자문 및 IR대행사 인수로 활로 모색
"좀비기업 살리기" vs "기업 경쟁력 강화" 엇갈린 시선
M&A 시장 침체 여전…새 먹거리 발굴은 계속될 듯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 '심폐소생'이 회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상장유지를 자문하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설명(IR) 대행 서비스까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회계법인도 등장하고 있다.
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IR·홍보 전문 대행사인 IPR스퀘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IPR스퀘어는 인터파크, HLB, 유진로봇 등 수십여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IR 업계에선 상위권 대행사로 통한다. 또한 M&A 컨설팅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IPR스퀘어측과 막판 협상 중이며, 연내에 거래를 종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4 "상폐 안 당하게 도와드려요"
IR 대행 서비스를 자체 조직으로 흡수하는 것은 삼일회계법인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홍보대행사 '피알게이트'를 인수한 이후 이 회사를 통해 IR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 자체 조직을 통해 상장유지를 자문하던 단계에서 발전한 것이다. 회계법인들이 이런 서비스까지 기업에 제공하는 이유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의한 법률(신외감법) 도입 이후 상장유지가 어려워진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코스닥 기준 연간 상장폐지되는 기업의 수는 2022년 37곳, 2023년 39곳, 그리고 올해는 5일 현재 51곳에 달한다.
빅4는 각각 상장유지자문센터(삼정·안진), 상장유지지원센터(삼일), 밸류업지원센터(한영)라는 이름의 조직을 두고 있다. 모두 지난해 이후 신설된 조직이다. 지난해 8월 상장유지자문센터를 신설한 삼정KPMG는 당시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과 함께 원재료비 및 고용비용 증가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 직면해 있는 기업들에 상장유지 자문을 제공하는 전담팀을 조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직은 감사 부문의 박성배 부대표가 이끌고 회계·세무·부정조사·자금조달 분야 전문가 30여명으로 꾸려졌다. 상장폐지 사유별 이슈와 특성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하고, 상장폐지 전(全) 단계를 자문하고 있다.
"새 먹거리 발굴" vs "억지로 좀비기업 살려"
상장유지의 '해결사'로 떠오르는 회계법인의 행태를 놓고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긍정적인 시선과 '좀비 기업'까지 공개시장에서 억지로 살려내며 돈을 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혼재한다. 신외감법 이후 호황기를 누린 회계업계는 업황이 정점을 지나 꺾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빅4 중 2개 회계법인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심지어 매출액이 역성장한 법인도 있었다. 빅4의 올해 신규 파트너 수 합계는 99명으로, 2020년대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황 둔화의 위기감이 감지되면서 회계법인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상장유지 자문과 IR대행사 M&A는 그중 하나다. 삼일만 봐도 올해 새롭게 신설한 조직이 부동산헬스케어센터, 밸류업지원센터, 디지털플랜트센터, 미국 상장기업 감사지원센터, 지역거점 M&A센터 등이다. 다른 빅4도 올해 신설된 조직이 예년에 비해 유독 많았다.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M&A 시장의 뚜렷한 반등이 없을 경우 당분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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