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몇 시간 앞두고 탄도미사일 발사
ICBM 발사 이어 '핵협상 요구' 압박 차원
'핵 동맹' 한미 맞서 불량국가 북·러 밀착
북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닷새 만으로, 막판까지 존재감을 각인하려는 모습이다.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 핵보유국 지위를 원하는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5일 오전 7시30분께 황해북도 사리원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포착했다. 워싱턴D.C. 기준 대선 전날 오후 6시30분, 그러니까 막판까지 저녁 뉴스 타이밍을 노린 셈이다. 미국은 5일(현지시간) 0시,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부터 뉴햄프셔주 북부 산간 마을 딕스빌노치를 시작으로 대선에 돌입한다.
북한의 도발은 군사·기술적 검증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연일 '핵무력 강화 노선의 불변'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SRBM 발사 직전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을 비난하며 "적들의 가장 적대적이며 위험한 침략적 본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선택 실행하는 핵무력 강화 노선의 정당성·절박성을 입증해준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달 31일 올해 첫 ICBM 시험발사 현장에서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을 확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ICBM은 신형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화성-19형'으로, 발사차량도 11축(22륜)으로 키웠다. 정작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발끈해온 북한은 이번에도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정상 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하는 데 그쳤다. 실제적 도발보다 메시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 직전 이뤄진 일련의 '계산적 도발'은 한미동맹을 겨냥한 북·러 밀착을 과시하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핵 기반 동맹으로 올라선 한미동맹에 핵무력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방러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예고 없이 만나 단단한 결속을 드러냈다. 러시아가 북한의 ICBM 도발 하루 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고체연료 ICBM '야르스'를 발사한 것을 두고도 양측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보도 흐름으로 보면 '내부 결속용'으로 도발을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ICBM 발사 소식을 알린 데 이어 이날 신문에는 김 위원장이 수해 지역을 찾은 소식을 실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주민들이 동요하는 상황에서 신형 ICBM을 등장시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김 위원장을 '애민 지도자'로 선전하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했다"며 "미국·일본 당국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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