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시니어트렌드④ 독일 사례

[시니어트렌드]시니어 삶의 환경 개선이 출산율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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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제 제론테크놀로지 학술대회(ISG 2024)가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렸다. 노년학과 기술을 결합하여 건강한 노화 사례, 디지털 솔루션 등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다. 전 세계 35개국에서 약 300명의 학자가 참가했다.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지속가능성과 위기(Sustainability and Crises - Challenges and Innovation for Gerontechnology)'에 대해 전문가별, 국가별로 다양한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필자는 왜 ‘독일’인가가 궁금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독일은 ‘고령친화도시’ 선두주자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모든 시민의 안전, 건강, 사회·경제적 참여가 활발한 자유로운 도시 환경을 지향한다. 이동성과 안전, 편리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공동체의 인식과 환경·기술적인 배려가 공간과 함께 필요하다. 아른스베르크 시, 라데보름발트시 등 사례도 여럿 있다. 도시만이 아니라 농어촌까지 매뉴얼과 적용 범위가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제 국가 차원에서도 회춘 추세: 독일’이라는 보고서를 읽었다. 2023년 말 기준 독일의 평균 연령은 46.5세로, 0.3세 정도 젊어졌다고 한다. 미국은퇴자연합(AARP)에 따르면 독일은 현재 세계 5대 ‘초고령’ 사회 중 하나이며 65세 이상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서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30%가 넘을 것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독일에서는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최근 몇 년간 경제적 안정과 육아 정책 지원 등으로 출산율이 높아졌다. 2020년 기준으로 1.5명이다.


단순히 출산율 상승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독일 정부는 노인 인구의 건강과 노동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 지역사회에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 고령 친화 특정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것,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어려움을 줄이는 것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INQA(Federal Initiative New Quality of Work)가 있다.

2002년부터 독일의 고용노동부는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노년층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적절히 지원했다. 평생 학습활동을 수립하고, 다양한 세대 근로자 간 지식 교환을 돕고, 단계별로 필요할 교육을 예측하고 마련했다. 기업 내 다양성 관리 및 포용성에 대한 장려도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HR 역량이 제한되지만, 독일 전체 기업의 99.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SME)에 유용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실제 근로 환경 역시 달라져 왔다. 공장에서 일할 때, 잠깐 앉아 쉬는 곳도 무릎관절을 크게 구부리지 않도록 한다거나 시력이 저하된 시니어를 위해 조명을 더 밝게 하고, 특수 스폰지가 깔린 길을 통해 잘 미끄러지지 않거나 넘어지더라도 덜 다치는 등의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고령 근무자의 접근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한편 국가 의료 부문에서도 노년층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장기요양보험(LTC)을 의무화하고, 증가하는 요양 수요에 대응해 재택 간호 수혜자와 제공자 모두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치매, 만성 질환, 심리적 질환에 중점을 두고 소외된 지역을 도시와 동일한 치료의 질과 경제성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하며 e-헬스 기술을 활용 중이다.


독일 사회의 특별한 점은,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모두 노인들에게 지역사회 내에서 세대 간 상호 작용을 권장해왔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충하거나 지원금을 배포할 때도 연결을 중요시했다. 따라서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노인과 청년 간의 공유 주거, 요양원과 초등학교의 연계 등이 있다. 독일의 노년층은 매우 독립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노인 사무소(Seniorenb?ros, SCO)도 살펴볼 만하다. SCO는 1980년대 만연했던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려는 사회적, 정치적 노력의 산물로 만들어진 단체다. 은퇴 후에도 사회 참여를 원하는 시니어들에게 문화, 환경, 정치, 건강, 사회 문제와 관련된 광범위한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에서 이동성과 접근성 장벽을 부수고, 무장애 대중교통, 주택 노후화에 맞는 재건축 프로그램 법안 등은 모두 SCO가 이룬 것이다.


이처럼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사회가 종합적으로 변화할 필요를 알려준다. 정부와 기업, 기관뿐만 아니라 시니어의 적극적인 사회 기여 의지와 참여를 통해, 인구학적으로 정해진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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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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