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40원대까지 올랐으나
연초와 비교하면 달러 여전히 약세
"환율, 중장기적으론 우하향 형태 유지할 것"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경로에 따라 달러가 내년까지 약세를 유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대선과 보호무역 정책 등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국제금융센터의 '주요국 통화정책의 환율 여건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연중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는 지난 8월 초부터 미국의 성장 둔화 조짐과 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빠르게 약세로 전환했다. 그러다 최근 고용 지표에서 미국 경제의 견조함이 재확인되고, 중동발(發) 리스크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반등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4월 16일 106.26으로 연고점을 기록한 뒤 7월 말까지 강세를 이어왔다. 그러다 7월 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과 8월 초 미국 고용지표 확인 이후 급락한 바 있다. 이달 들어서는 8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1월 2일 102.2였던 달러인덱스는 지난 4일 102.5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Fed의 금리인하 경로에 따라 당분간 약세를 유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Fed가 지난 8월 빅컷을 단행해 본격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면서 달러 약세 압력은 커진 상황이다.
다만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금리차가 환율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속도는 다르지만 내년 말까지 추가 인하 예상폭은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금리 인하를 시작, 영란은행(BOE)은 8월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캐나다중앙은행(BOC)은 6월부터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시장에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내년 말까지 150bp(1bp=0.01%포인트) 내외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와 중국의 경기부양책도 당분간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7일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일본의 신임 총리로 선출되면서 엔화는 강세를 보인 바 있다. 또 중국 당국이 지난달 말 광범위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위험 선호 심리도 형성됐다.
주요국 경제·美 대선 등 달러 방향성 결정할 듯
그러나 향후 주요국 경제의 성장이 부진할 경우 '미국 예외주의'가 다시 부각되며 강(强)달러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는 1분기 1.6%, 2분기 3.0%를 기록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목표 수준인 2%에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유로존은 독일 제조업 부진과 프랑스의 올림픽 특수 종료 등으로 둔화 흐름이 예상된다. 일본 경제 또한 민간소비 호조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지만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상회하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당선될 것인지에 따라서도 달러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 최근 달러화는 해리스가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로 우세를 보이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두 후보의 치열한 접전으로 트럼프 트레이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인 2%로 둔화 흐름을 이어간다면, 해리스의 당선이 Fed의 금리인하 경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측이 물가 관리와 중산층 감세 등을 골자로 하는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본격적인 재정건전화를 추진할 경우, 9월부터 인하를 시작한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맞물리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반면 관세부과, 이민정책 강화 등의 트럼프 측 정책은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확대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면서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 트럼프 측의 감세 연장안은 미국 예외주의 기조를 뒷받침한다. 이는 대미 투자 유인으로 작용해 강달러를 지지할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은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340원대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연초와 비교했을 때 달러는 여전히 약세"라며 "내년까지의 중장기적인 흐름을 봤을 때, 달러는 지금 수준보다 더 약세를 이어갈 것이고 원·달러 환율 또한 우하향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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