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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여명 사상 '삐삐 폭탄'…모사드는 치밀했고 헤즈볼라는 안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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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준비해서 헤즈볼라 구매 유도
분해해도 못 찾을 만큼 정교하게 폭탄 숨겨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삐삐(무선호출기) 폭탄’ 사건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치밀한 작전에 따른 것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아랍권, 미국의 안보 당국자, 정치인, 외교관, 레바논 관리, 헤즈볼라와 가까운 인사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와 WP에 따르면 현대판 ‘통신 트로이 목마’로 불리는 호출기 작전 구상은 2022년에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가자지구 전쟁이 촉발되기 1년 전이다.


당시 모사드는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 가운데 가장 강력한 헤즈볼라 내부에 침투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다. 특히 헤즈볼라 지도부가 이스라엘의 도청과 해킹, 추적을 우려한 점을 이용했다.


헤즈볼라는 2023년 대만 브랜드인 아폴로 호출기(AR924 기종) 대량 구매 제안을 받았다. 제안은 아폴로와 관련 있는 전 중동 영업 담당자에 의해 이뤄졌다. 담당자는 신원과 국적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으로, 헤즈볼라와 지속해 연락을 취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아폴로 호출기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았다.

모사드가 헤즈볼라를 공격한 무선호출기의 폭발 잔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모사드가 헤즈볼라를 공격한 무선호출기의 폭발 잔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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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지도부는 이 호출기의 성능 등에 크게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업 담당자는 헤즈볼라에 AR924 모델이 케이블로 충전이 가능하고 배터리가 오랜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이 호출기를 추적할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헤즈볼라 지도부는 아폴로 호출기 5000개를 구매해 전투원과 지원요원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이는 모사드가 헤즈볼라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미국이나 다른 이스라엘 동맹국의 업체 대신 대만 브랜드를 내세워 판매한 것이었다. 이 모델의 실제 생산은 외주로 이뤄졌으며, 심지어 영업을 담당한 여성조차도 모사드의 감독하에 이스라엘에서 조립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호출기의 무게는 85g 미만이며, 강력한 소형 폭발물이 숨겨져 있는 배터리 팩이 장착됐다. 관련 당국자들에 따르면 호출기를 분해해도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폭탄이 정교하게 숨겨져 있었다.


게다가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려면 두 손으로 두 개의 버튼을 누르도록 설계됐다. 호출기 폭발 시 이용자의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폭발 당시 대부분의 이용자가 손과 얼굴을 다친 이유다.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 대응 조치를 승인하면서 모사드는 지난 17일 호출기를 폭발시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조직원 3000여명이 죽거나 다치고 민간인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와해된 틈을 타서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같은 달 27일 공습으로 암살하고, 사흘 뒤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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