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보도·비난에 공든 탑 무너뜨려
오랜 무명 시절 이겨낸 대기만성의 전형
'기생충'·'나의 아저씨' 등으로 큰 사랑받아
마약 투약 혐의 알려지고 중압감 시달려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했지만 더는 작품을 기대할 수 없다. 사실상 사회적으로 타살당했다. 27일 세상을 등진 이선균(48)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올해 주연한 영화 두 편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으나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무분별한 보도와 비난에 갇혀 스스로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믿고 보는 배우' 이선균의 허망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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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생인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다. 뮤지컬 '록키 호러 픽쳐쇼', 비쥬 '괜찮아'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하다 시트콤 '연인들'로 방송에 데뷔했다. 스스로 연기에 부족함을 느껴 여러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일단 뛰어', '서프라이즈',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국화꽃 향기' 등이다.

그는 드라마 '태릉선수촌', 영화 '사과' 등에서의 연기로 방송 프로듀서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출연 기회를 얻었고, 2007년 드라마 '하얀 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이 모두 인기를 끌면서 주·조연 배우로 올라섰다. 전자에선 올바른 직업윤리를 지닌 의사 최도영, 후자에선 음악가 최한성을 흥미롭게 그려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독창적 연기는 주연을 맡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드라마 '파스타'·'골든타임'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선전은 충무로에서도 이어졌다. 영화 '쩨쩨한 로맨스',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독립영화 '옥희의 영화'·'우리 선희' 등에 출연해 연기 정형화의 우려도 씻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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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에서 박동익을 연기해 세계적 배우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 영화는 그해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차지했다. 그 무렵 그는 브라운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이유와 호흡을 맞춘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다양한 팬층을 형성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생전 이선균은 "제 연기에 박한 편이지만 '나의 아저씨'만큼은 참 좋았다. 40대를 대변하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연기 인생 정점에 다다랐다가 수직으로 미끄러졌다. 상반기에는 주연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잠'이 동시에 칸영화제에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밟았다.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두 아들도 함께였다. 가족 중심의 광고를 여럿 찍었을 만큼 단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면서 응원과 사랑은 비난과 빈축으로 바뀌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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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에 세 차례 출석해 조사받았다.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선 모두 음성으로 판정받았다. 지난 26일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하는 내용의 의견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유튜브 등에 유흥업소 실장 A(29)씨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는 등 심각한 수준으로 사생활을 침해당해 심리적 중압감에 시달렸다.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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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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