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논의 과정 블랙코메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책임 회피
21대 국회에서 책임지고 처리해야

[초동시각]연금개혁, 21대 국회가 마무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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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개혁'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경고음은 이미 여러차례 울렸다. 국민연금을 얼마나 납부하는지를 뜻하는 ‘보험료율’, 은퇴 후 연금을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는지를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정부나 국회, 관변 연구단체 등에서 숫자를 제시될 때마다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젊은 세대는 과연 미래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고, 중장년 세대는 보험료율 인상에 따라 월급봉투가 얼마나 얇아질지를 예의주시했다.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이 모두 나서 개혁의 필요성을 외쳤지만, 실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16일 열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연금개혁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그동안 활동한 결과를 집대성한 최종 보고서와 정부가 마련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보고’를 놓고 특위에선 "맹탕 개혁",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그동안 논의를 돌이켜보면, 연금개혁 과정은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특위는 연금개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면 자문위에 연금개혁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자문위에서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가 흘러나오자, 정치권은 갑자기 모수개혁 대신 구조개혁을 선행해야 한다고 자문위를 다그쳤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모수개혁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모수개혁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24개의 시나리오를 망라해 맹탕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상황이 이쯤되자, 구조개혁안을 마련하던 국회 자문위가 모수개혁 방안을 2가지로 정리해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국회에 정식으로 제출된 보고서지만, 보고서는 자문위가 아닌 ‘김연명·김용하 자문위 공동위원장’의 이름으로만 되어 있다. 연금개혁 논의가 흐지부지되면서 평생 연금개혁을 연구한 두 학자가 결단한 모양새다.


연금개혁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치권의 비겁함 때문이다. 정치권은 연금개혁 이슈가 몰고올 파장을 두려워했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손에 잡히는 연금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민간 자문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나서야 연금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최소한의 논의 틀이 마련했지만,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둔 국회가 연금개혁이라는 숙제를 마칠 수 없다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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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내년 총선 전까지 연금개혁안을 다듬어 국민들에게 공론조사를 실시한 뒤, 총선 후 한달여 남은 국회에서 마지막 처리를 시도하자는 일정표를 짜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22대 국회가 구성돼 새롭게 바뀐 의원들이 연금을 공부하며 그동안 해왔던 논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또다시 특위가 구성되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문제를 두고 정치권은 충돌할 것이다. 그 사이 현 정부의 임기는 후반기를 향하고, 다음 대선후보들이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내놓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개혁은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가고, 국민연금의 미래는 더 암담해지는 그런 악순환을 막을 기회는 지금뿐이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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