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가격은 그대로 두고 크기와 중량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이어, 이번엔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를 떨어트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스킴플레이션이란 '인색하게 굴다'라는 뜻의 스킴프(skimp)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물가는 오르는데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은 되레 떨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제품의 크기나 용량은 그대로지만 값싼 원료를 사용해 원가 부담을 줄이거나, 상품을 주문했는데도 배송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등이 스킴플레이션에 해당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해 물가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해 물가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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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른 것보다 제품의 양이 줄어든 것을 발견하기 어려우며, 제품의 질이 낮아진 것은 가장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 때문에 스킴플레이션은 가장 교묘한 '꼼수' 인플레이션으로 불린다.


일례로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델몬트 오렌지주스의 과즙 함량을 대폭 낮췄다. 기존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은 80%로, 과즙 함량이 80%인 제품은 45%로 줄였다. 치킨 브랜드 BBQ도 지난달부터 튀김 기름의 절반을 단가가 낮은 해바라기유로 교체했다. 원래는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만을 사용하고 이를 홍보해 왔지만,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제는 올리브유 50%, 해바라기유 50%의 '블렌딩 오일'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같은 스킴플레이션은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캐나다 퀘이커는 그라놀라 초코바의 코코아버터 코팅을 값싼 팜유로 대체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세인스베리는 올리브스프레드의 올리브오일 함량을 21%에서 10%로 낮췄다. 또 다른 슈퍼마켓 모리슨은 과카몰리 제품의 아보카도 함량을 80%에서 77%로 조정했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주차장에서 출입구까지 1마일(1.6㎞)에 가까운 거리를 운행하던 트램을 중단해 고객 편의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이윤만 추구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스킴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이득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불신과 경계심을 키워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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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6일 식품 원료 가격은 하락세인데 제품 가격은 오르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밀 가격이 배 이상 올라갈 때 업체들이 가격을 많이 올렸는데 지금은 밀 가격이 많이 내려갔지만 한 번 올라간 가격은 안 내려가고 있다"며 식품업계를 압박하는 발언을 내놨다. 정 장관은 또 기업들이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 현상과 관련, "그렇게 하는 기업이 버틸 수 있을까"라며 "소비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쪽으로 업계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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