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역대급 저점을 찍으면서 엔화예금도 폭증하고 있다.
1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을 집계(9일 기준)한 결과 1조1090억엔(약 9조64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말 1조엔을 넘긴 이후 불과 열흘 만에 1005억엔(약 8737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4대 은행의 엔화예금은 올해 들어 4월까지 감소세를 지속하다가 5월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엔저현상이 정점을 찍으면서 지난달 1조엔을 돌파했고, 11월에도 폭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엔화예금 잔액(5789억엔)과 비교하면 92% 증가했다.
엔화예금이 폭증하고 있는 것은 역대급 엔저현상 때문이다. 연초 100엔당 970원대를 기록했던 원·엔화 환율은 지난 6일 867.59원을 기록하며 15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860원대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86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엔저 현상은 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 정책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은행은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일부 조정했지만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큰 틀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일본이 통화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엔화는 더 약세를 보였다.
엔화예금 상품이 이자가 0%대인 것을 감안하면 엔화예금 증가세는 이 같은 엔저 현상을 바탕으로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광·투자 수요도 엔화예금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고, 해외여행이 단계적으로 정상화되며 일본 관광은 활황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인천, 김포, 김해, 제주 등 전국 8개 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을 다녀온 여객은 1600만1732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엔화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진단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 간 경제 상황을 보면 860~870원대 환율은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며 "추가 하락보다 900원대로 재차 수렴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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