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무 공무원의 죽음'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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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동화성세무서 사건'이 발생해선 안 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국세청의 한 직원)


민원인을 상대하다 쓰러져 숨진 '동화성세무서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고(故) 강윤숙 경기 화성시 동화성세무서 민원봉사실장은 지난달 24일 여성 민원인을 응대하다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됐고, 지난 16일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민원인은 요건이 안돼 부동산 관련 서류 발급을 받지 못하자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동안 일선 세무서 직원들은 악성민원에 변변한 보호장치 없이 오롯이 노출돼 있었다는 것이다.

악성민원인을 상대하며 누적된 국세청 직원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호장치 마련에 대한 호소를 넘어 "오늘은 내가 동화성 민원봉사실장이 될 수 있다"는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세청 직원들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민원봉사실장을 매일 찾았고, 해당 사건 이후 동화성세무서와 국세청 본청에는 '동료 세무공무원 일동' 명의의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고인을 행정사무관으로 추서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국세청도 사건의 엄중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민원봉사실장이 쓰러진 후 국세청은 전국의 모든 세무서에 휴대형 녹음기를 보급했고, 사건 경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해당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이는 매일 악성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직원들은 재발방지를 위해 악성민원인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보안요원'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133개 세무서에 1명씩만 배치해도 수십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세무공무원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세무공무원의 절규에 먼저 움직인 것은 국회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행정기관의 장이 민원 담당자 보호방안을 수립해 매년 담당부처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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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세청은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악성민원 대응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이 대책에 '정당한 민원'이 아닌 '떼쓰기 민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담기길 기대한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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