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악몽 재현?…증권가, 美 신용등급 강등 여파 차단 안간힘
2011년에는 경기 모멘텀 약화, 재정위기 확산 등 복합적 작용
예고된 악재일 뿐…미국 경기 회복세, 한국 수출 증가 가능성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12년 만에 강등되자 국내 증권가가 바짝 긴장했다. 과거 2011년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코스피 가 단기간에 20% 안팎 폭락하는 등 주식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졌던 탓이다. 증권 업계는 이번 강등은 예고된 사안이었던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코스피는 하루에 2% 가까이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0% 하락한 2616.47에 마감됐다. 하루 새 50.60포인트나 빠졌다. 이는 일별 기준으로 지난 3월14일(-61.63포인트) 이후 약 넉 달 반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코스닥 지수도 3.18% 내린 909.76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지표가 동반 하락세를 보인 것은 이날 새벽(한국시간)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낮췄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등이 주된 이유였다. 특히 미국 정치권이 재정 이슈를 놓고 해마다 정부를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까지 내몰았다가 막판 타협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 관리에 신뢰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며,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2011년 8월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던 당시 코스피는 단기간에 급격한 하락을 겪었다. 당시 8월1일 2172.31에 마감됐던 코스피는 신용등급 강등 발표 이후인 9일 장중 1684.68까지 떨어졌다. 불과 8일 만에 코스피가 약 22% 하락한 것이다. 이후 코스피는 이렇다 할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한동안 박스권에 머무르다 약 3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 6월에서야 2000대를 회복할 수 있었다.
금융투자업계는 12년 전 '악몽'을 떠올리며 이날 재빠른 대응에 나섰다. 자칫 이번 사태 여파로 시장 불안감이 커져 주식시장이 흔들릴까 우려해서다. 증권가에서 미국의 역대 두 번째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주된 근거 중 하나는 이미 경험했던 이슈여서 학습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1년 S&P의 등급 강등 이후) 금융시장이 다소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주가 조정 국면이 전개됐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이미 한 번 겪은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는 그리스 위기설이 돌며 1, 2차 구제금융을 받게 됐고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전반에 우려가 확산하면서 유로존 해체 불안감이 조성됐던 시기였다"면서 "지금은 당연히 그런 상황과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도 이날 긴급 점검 보고서를 내고 2011년 당시와 이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당시 금융시장 충격이 심했던 것은 신용등급의 물리적 강등 외에 경기 모멘텀 약화, 재정위기 확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경기 전망에 활용되는) 국가별 선행지수가 반등했고 반도체 업황 회복이 가세한 한국 수출 개선 가능성, 선진국들의 재정정책 초점이 국가채무 속도 조절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와 같은 충격 재현 가능성은 거시적 측면에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내 투자금 손실 나도 정부가 막아준다"…개미들 ...
피치가 지난 5월 신용등급 전망 발표 당시 미국에 대한 강등 가능성을 이미 시사했다는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고용지표가 지속되는 등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S&P500 기준 올해 2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턴어라운드도 기대된다"며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며, 미국의 안정적 펀더멘탈 개선 기대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