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3년째 공회전"…'재정준칙' 도입 절실한 이유
2020년 시작한 재정준칙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3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1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며 이를 통제하기 위한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봤다. 국가재정 투입에 제어장치를 두고 무분별한 지출을 줄여 건전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재정준칙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저성장 국면을 고려해 당장 정부 지출을 제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나랏빚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이 중요한 이유는 국가채무 및 국가경쟁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 국가채무란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내외에서 자금을 빌려 발생한 빚을 말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가채무는 1072조7000억원이다. 올해 연말까지 1134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국가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경쟁력이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지 즉,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국가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때문에 국가경쟁력 약화는 대외적으로 기업하기 점점 어려운 국가로 평가받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유치 등이 중요한 우리나라가 매년 대외 국가경쟁력 평가를 예민하게 살피는 이유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28위를 기록했다. 평가 대상 64개국 중 절반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국은 2020~2021년 2년간 23위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27위로 4계단 추락한 이후 올해 한 단계 더 하락했다. 중요한 건 IMD가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IMD는 경제성과·정부효율성·기업효율성·인프라 등 4개 분야로 나눠 국가경쟁력 순위를 산출하는데 유독 한국의 경우 '정부 효율성' 분야 하락이 눈에 띈다. 올해 경제성과 분야는 14위로 전년보다 8단계 상승했고, 기업효율성(33위), 인프라(16위) 분야가 모두 전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한 반면, 정부효율성 분야만 유일하게 2단계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부 5개 항목 중 재정 부문은 40위로 전년 대비 8계단이나 하락했다.
재정 부문이 국가경쟁력 하락을 주도한 셈이다. 재정준칙 도입이 늦어질수록 재정건전성 악화→국가채무 증가→국가경쟁력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약 680조원에 묶여있던 국가채무가 최근 5년 사이 1000조원으로 순식간에 불어났다"며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러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늘어난 미래 세대의 빚이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는 데 있다"고 경고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문제도 재정부담의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인구가 고령화할수록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 국가채무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령화를 대비해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과제를 추진하는 등 생산성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미흡하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인구구조가 빠르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경제 펀더멘털은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이 재정준칙 도입을 통해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 고령화로 인한 지출 증가 등 재정부담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일각에선 재정준칙 법제화가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되레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출을 제한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이 온전히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세입이 꾸준히 줄어드는 것을 경기가 어렵다는 시그널로 보고, 하반기 추경 편성과 재정준칙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4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13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나라 살림 여건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45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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