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입원 의뢰 1만건 넘었는데…여전히 '병원 찾아 삼만리'
응급입원 의뢰 건수 1만 건 이상…9% 반려
현장에서는 "반려 사유 대부분 '병실 부족'"
전문가 "절차마다 대응 주체 명확히 나눠야"
#지난 10일 오전 12시께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소셜네트워크(SNS) 실시간(라이브) 방송을 켠 채로 극단선택을 시도하려던 20대 여성 A씨가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의 신속한 조치로 신고시점부터 구조까지 20분도 채 안 걸렸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의 치료와 보호를 위해 경찰은 서울·수도권 일대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나섰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약 6시간 만에 수도권에 있는 한 병원에 응급입원 조처를 할 수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그야말로 진 빠지는 상황을 경험했다.
정신질환자를 보호 조치해야 하는 일선 경찰들이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관련 사건 발생시 출동부터 입원까지 절차 진행에 대해 주체를 명확히 나눌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입원 의뢰 건수는 1만133건, 이 중 반려 건수는 1002건으로 전체 건수의 9.89%였다.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경찰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가 자신 혹은 타인을 해할 가능성이 크고, 상황이 긴급한 경우 의사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이 경우 최장 72시간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반려 비중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정신질환자 입원은 전체 응급입원의 2.83%였다. 하지만 2020년에는 6.08%, 2021년에는 8%, 지난해 9.89%로 3년 만에 3.5배 이상 비율이 늘었다.
현장에서는 병실이 부족해 반려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반응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최근 3년간 경찰이 의뢰한 전국 응급입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응급입원 가능 병실이 부족하거나 담당 의사 부재로 입원이 거부·지연됐다.
지난해 4월 서울 양천구에서는 응급입원에 실패한 30대 B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B씨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입원 가능한 병실을 찾기 위해 약 6시간 동안 수도권 소재 30여개 병원에 전화를 돌리고 방문했으나 병실을 찾지 못했다. 결국 가족들과 귀가한 이 남성은 다음 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일선 경찰 관계자는 "관할 안에 병원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멀리는 인천, 경기까지 가서 응급입원 조치를 한 경우도 있다"며 "수도권은 다 돈다고 보면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 외에도 야간, 주말·공휴일의 경우 입원 여부를 진단할 당직 의사가 부재해 입원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경찰이 환자 입원 업무까지 맡으면서 치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 10월 경찰청은 시도경찰청 단위로 응급입원 현장지원팀 운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에서는 경찰과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인력이 합쳐 '정신질환응급대응센터'를 출범했다.
현장 경찰들은 수고로움을 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입원 업무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원팀이 있더라도 병상이 없으면 방법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1개의 센터에서 서울 전역 경찰서를 지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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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절차마다 대응 주체를 명확히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응급 구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신고 후 사건을 맡는 것까지는 경찰이 담당한 후 입원 조치가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다른 주체에 인계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입원 업무까지 경찰의 고유한 업무가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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